제비꽃빛의 저녁이 향기처럼 잠잠합니다.
오월의 저녁에는 거창하지 않아도
밥은 거르지 않는지
그래도 늦은 저녁엔 바람이 있으니
꼭꼭 옷깃 잘 여미라고
가벼운 안부를 물어줄 사람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하루 온종일 쌓인 걱정을
지는 몰옥잠빛 저녁노을에 묻고
툭툭 털어버려도 좋다고
가벼운 안부를 물어줄 사람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밤새 깨었다 다시 꾼 꿈처럼
먼 거리에 있는 사람이여
차곡차곡 오늘의 안부는 그대로 접어
다시 물어줄 날에 구비구비 펼치겠습니다.
멀리 있어도 바싹 다가와 앉는 시간에
전할 길 없는 안부를 부치지 못하고
긴 긴 편지를 쓰는 오월입니다.
제비꽃빛의 저녁이 향기로 남아
물빛 새 한 마리만 오월의 노래를 끌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