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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현 May 23. 2021

철거 준비 완료

- 착공 허가와 관련해서 할 일들

골목을 집 매매 후에 보았다



그 자리에 있던 것을 없애는 것은 참 힘든 일이다. 하나의 집이 있던 자리가 감쪽같이 사라지지만 그 잔해는 엄청나게 남는다.

집을 짓기 위해 철거를 하면서 그 많은 건축폐기물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할 아주 좋은 방법이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건축할 때부터 아주 오래도록 유지되는 건축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나의 건물이 몇백 년 유지되면서 그 자리에 있을 수 있다면 자원의 낭비를 막을 수도 있지만, 그것은 기억의 산물이기도 하다.


70년대 구옥을 철거하다 보니 정말 눈물이 날 정도로 가볍고 날림이었다. 70년대는 경제개발계획이라는 미명 하에 속도전에만 모두 신경을 썼다. 눈에 보이기만 하면 되었다. 그러다 보니 모두가 충격에 빠졌던 와우아파트 사건 등도 70년대의 산물로 남아있다.

누군가는 그때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우리의 경제발전 속도는 늦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때의 흔적들이 아직도 우리에게 상처처럼 남아있어 집을 지으면서도 무너지지 않을 집이어야 하는데라는 정말 불필요한 소망부터 가지게 되었다.



철거 준비 완료. 건축허가 표지판, 철거 등 건축공사 사전 안내 표지판을 설치, 구옥을 빙 둘러 비계 설치



어릴 적 신문에서 읽었던 바로 그 충격적인 와우아파트 사건이나 텔레비전으로 하루 종일 보면서 애가 탔었던 그 삼풍백화점 붕괴 사건, 성수대교 사건 등은 대형 건축물의 부실현장이었지만, 내가 집을 짓는 순간에는 바로 그 기억부터 떠올리는, 내 일이 되어 버렸다.


설계하는 도중에 내진 설계가 강화되어 다시 설계 변경이 일어나고, 단열기준이 바뀌어서 다시 또 설계 변경을 해야 하는 일들이 일어나 조금씩 기간이 늘어났지만 그때마다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부터 들었다. 만일에 그렇지 않고 설계가 끝나고 건축을 하는 상황에서 그런 중요한 사항들이 변경되었다면, 집은 지금처럼 너무 따뜻한 집이 아니었고, 지진 뉴스만 들려도 걱정부터 하는 집이 되었을 것이다.




이격거리 골목에 달린 문을 열고 보니 구매한 구옥의 2층을 가까스로 받치고 있는 쇠기둥들과 옆집이 창고로 사용하는 골목



옆집과의 사이에 이격거리를 두는 골목은 우리가 구옥을 구매하기 이전부터 쇠문을 달아서 옆집이 사업에 사용하는 많은 자재들을 넣어두는 창고 역할을 하고 있었다. 사실은 저 골목을 폐쇄하면 만약 응급상황이 벌어질 시는 심각한 일이 발생하겠지만 이웃과의 분쟁을 피하기 위해서 지금도 어쩔 수 없이 두고 있다.


그래서 집을 매매할 시에 자물쇠로 채워져 있어서 저 골목을 보지 못해, 우리가 구매할 구옥이 2층을 쇠막대기로 쭉 받쳐놓고 아슬아슬하게 견디고 있는지를 전혀 몰랐었다.

후에 설계사무소 팀과 함께 현장에 왔을 때 비로소 알게 되어서 다들 아연한 얼굴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 정도로 구옥은 위험천만한 상황이었다.

다들 그동안 집이 무너지지 않고 버틴 것이 이해가 안 갈 정도라고 하면서 고개를 저었다. 철거 당시도 먼저 시공사와 계약했던 팀은 철거하다 말고 갔다는 말을 들었다.  




철거를 위한 몇 가지 사항



철거가 계획되자 먼저 시공사와 설계사무소, 그리고 건축주가 참여하는 네이버 밴드를 만들었다. 밴드로 소통하니 그렇게 편할 수가 없었다. 그날의 현장 상황을 알게 되고, 일의 진척을 알게 되니 다행이었다.

바쁜 건축주로서는 자주 현장 상황을 체크할 수가 없으니 SNS 소통만으로도 만족했다.


문제는 네이버 밴드 이용 시에 비공개로 하지 않으면 구글에 검색을 하면 모든 소통 상황이 그대로 노출된다. 개인적인 민감한 모든 정보 및 이야기들이 논의되는 곳인데 주의할 필요가 있다.

처음에 우리도 몰랐다가 해외에서 구글을 검색한 친척이 즉시 연락이 와서, 바로 시공사에 비공개로 해달라고 요청을 했다. 시공사 측도 그런 것까지 몰랐을 것이다.


네이버 밴드를 이용해서 관련된 사람들이 다 들어가서 현장을 보고 체크했다. 반드시 비공개로 할 것, 가설전기 설치 완료



가설재 마감재료 및 치수 등이 포함된 가설 울타리 설치계획도를 보내주어서 받았다. 집짓기 초보로서 시작의 느낌을 받으면서, 내 집 짓기가 실감이 났다.

가설재 바깥에는 건축허가 표지판, 철거 등 건축공사 사전 안내 표지판을 설치했다.


또한 착공 신고를 위한 등록면허세를 건축주가 직접 납부해야 하는데 이 문제로 그날 종일 씨름을 했다.

구청에 전화해도 어떻게 납부하는지 모른다는 거였다. 도대체 국민주택채권을 어떻게 사는지를 알 수 없는 상황이어서 여기저기 전화해도 다들 모른다는 말만 하니 정말 머리에 쥐가 날 지경이었다.

빨리 납부해야 착공이 시작되지 않을까 싶어서 돈을 내고 싶어도 어떻게 내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니. 다음날 할 수 없이 은행에 전화를 했더니 채권을 사는 거 아니라고 했다.

구청 건축과만이 아니라 아무도 알지 못하고, 인터넷 검색을 아무리 해봐도 알 수 없던 일을 은행에 문의하니 즉시 알게 되었다.

서울시 ETAX에 들어가서 납부하면 된다. 구청에서 국민주택채권을 사라는 고지만 안 했어도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지금도 생초보로서의 이날의 일을 생각하면 진땀을 흘리던 하루가 떠오른다.


가설 전기 설치도 완료되었다는 연락이 왔다.

임시전력 신청 필요서류에는 건축주 주민등록증 사본, 건축주 통장사본이 들어가야 한다.


흔히 엘리베이터가 없는 건물이면 5KW, 엘리베이터가 있는 건물이면 10KW를 끌어온다고 들었다. 한전 불입금도 큰 건물은 공사용 가설전기 한전 불입금은 시공사에서 납부하고, 우리처럼 작은 시공은 한대의 계량기 신청이어서 건축주가 하는 것이 맞다고 한다.

주변에 알아보니 공사용 전기료는 공사기간 동안은 시공사가 납부한다고 했다. 그러나 공사 기간 동안의 수도료와 전기료는 매달 고지서 번호를 알아서 내는 날짜에 맞춰서 지로에 들어가서 우리가 내었다. 구옥의 증축 대수선에서는 매달 몇만 원이면 되고 또 아무리 길어야 1년 이내일 것이니 하는 마음이었다.


그런데 큰 빌딩들은 다르지 않을까. 엄청난 비용이 나올 테니까.



도시가스 배관 폐공과 도시가스 배관조치협의서 받기



철거 전에 도시가스 주선을 이동해야 했다. 집 앞 도로로 도시 가스관이 지나고 있어서 도시가스 폐공을 위한 계량기 철거 및 요금 정산이 이루어졌다. 집으로 들어가는 도시가스 배관이 도로벽에 붙어 있어서 다들 의아해했다. 주로 배관은 보이지 않는 벽 쪽으로 돌리는 것이라고 했다. 배관이 길어지면 비용이 달라진다고 하지만, 준공 시는 도시가스 배관은 북쪽의 골목으로 들어갔다.


도시가스설비는 도시가스업체에 연락해서 철거해야 한다. 고지서 뒤편에 보면 가스 업체가 나와 있으니 전화를 하면 되는데 우리는 시공사에서 불러서 처리했다.

도시가스 폐관 공사가 완료가 되어 그 다음 날 도시가스 배관 안전조치 협의서를 받았다.


착공 전에는 전기 맨홀, 통신 맨홀 설치 위치도 확인해야 다는데, 이런 문제는 시공사에서 다 알아서 처리해서 나중에 문제가 없었다. 전기, 통신 맨홀 설치는 오, 배수 배관과 간섭이 안되도록 해야 한다고 알고 있다.

이런 문제들이 해결이 안 되면 준공이 안 날 수도 있으니 확인을 해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시공사에서는 세움터를 통하여 서류들을 접수한다는 연락이 왔다. 집 짓기를 하면서 이런저런 이용 사이트들이 있다는 것을 아는 것만도 신기했다.

이런 다수의 필요한 일들은 착공허가 이전에 이미 다 끝내 놓는 것이 좋을 듯했다. 착공 허가가 나면 하루라도 빨리 철거를 들어가야 해서인지 시공사에서 더 부지런히 했다.


철거 시에 폐기물 배출은 폐가전 수거팀에 연락을 하면 된다고 하는데, 우리는 시공사에서 보일러 등 다 철거했고, 이전 주인이 가구 등은 폐기물 신고로 이사 가기 전에 다 처리해서 집을 철거하는 일만 남았다.

철거가 시작되면서 어떤 것은 사라지고 새로운 것이 축적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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