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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현 Jun 22. 2021

인덕원 뜰에 서서

- 북한산 아래 요양원에서

먼 훗날, 실은 그리 오래지 않을 그런 날

우리 모두 한 송이 꽃잎처럼 져

아주 가벼운 추억조차

홑으로 입은 옷자락 날리듯 이곳에 두고 가겠지요.


인덕원에는, 이제

이 세상을 온통 걸머지고 온 경사위에서

가장 부드럽게 내려갈 그럴 일만 남았지요.  

    

먼 북한산 등성이, 그 흰 바위 가슴턱 쯤

처억 걸터앉은 구름 하나가

껄껄거리며 미끄럼 타는 모습으로

그렇게 가볍게 갔으면 해요.  

    

제발 그 구름처럼 가벼운 추억이나

나무도 견딜수 없는 슬픔일랑

이 세상 아니듯이 잠시 두었다가     


먼 훗날, 실은 그리 오래지 않을 그런 날

홑옷마저 훌훌 벗어 가벼운 추억위에 얹고

가장 무거운 경사위에서

그렇게 가볍게 갔으면 해요.   

   

인덕원 부드러운 뜰엔, 꿈도 접은

가벼운 추억만 자욱했지요.

아아, 인덕원엔 가는 길만 보이고

 길은 끊어져 가물거리는 먼 바위 위,

모든 길들이 뒤돌아서서 웅크리고 있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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