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훗날, 실은 그리 오래지 않을 그런 날
우리 모두 한 송이 꽃잎처럼 져
아주 가벼운 추억조차
홑으로 입은 옷자락 날리듯 이곳에 두고 가겠지요.
인덕원에는, 이제
이 세상을 온통 걸머지고 온 경사위에서
가장 부드럽게 내려갈 그럴 일만 남았지요.
먼 북한산 등성이, 그 흰 바위 가슴턱 쯤
처억 걸터앉은 구름 하나가
껄껄거리며 미끄럼 타는 모습으로
그렇게 가볍게 갔으면 해요.
제발 그 구름처럼 가벼운 추억이나
나무도 견딜수 없는 슬픔일랑
이 세상 아니듯이 잠시 두었다가
먼 훗날, 실은 그리 오래지 않을 그런 날
홑옷마저 훌훌 벗어 가벼운 추억위에 얹고
가장 무거운 경사위에서
그렇게 가볍게 갔으면 해요.
인덕원 부드러운 뜰엔, 꿈도 접은
가벼운 추억만 자욱했지요.
아아, 인덕원엔 가는 길만 보이고
오는 길은 끊어져 가물거리는 먼 바위 위,
모든 길들이 뒤돌아서서 웅크리고 있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