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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현 Jun 10. 2021

밤의 식욕

밤늦은 저녁을 먹습니다.

오늘 하루 잘 살아낸 허무가 아니라

낼 하루 또 견뎌야 할 마음을 위해 먹습니다.


아직도 가장 무서운 것은 식욕.

나올 곳 없는 세상의 빈틈을 살펴도

벌벌거리는 적막한 식욕.


제비 새끼들의 노란 부리들이

그 해는 더 못 견디게 눈부셨습니다.

아무리 털어도 빈 주머니서는

햇살 하나 쏟아지지 않고


빈 물 잔 하나로 가난한 식욕을 가리며

먹지 않아도 배부르다는 참혹한 거짓말을

위태로운 길목에서 고봉밥처럼 쏟았습니다.


밤늦은 저녁을 먹습니다.  

마른 시간들을 젓가락으로 집으면 우수수

허전한 목숨해일처럼 밀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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