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늦은 저녁을 먹습니다.
오늘 하루 잘 살아낸 허무가 아니라
낼 하루 또 견뎌야 할 마음을 위해 먹습니다.
아직도 가장 무서운 것은 식욕.
나올 곳 없는 세상의 빈틈을 살펴도
벌벌거리는 적막한 식욕.
제비 새끼들의 노란 부리들이
그 해는 더 못 견디게 눈부셨습니다.
아무리 털어도 빈 주머니에서는
햇살 하나 쏟아지지 않고
빈 물 잔 하나로 가난한 식욕을 가리며
먹지 않아도 배부르다는 참혹한 거짓말을
위태로운 길목에서 고봉밥처럼 쏟았습니다.
밤늦은 저녁을 먹습니다.
마른 시간들을 젓가락으로 집으면 우수수
허전한 목숨이 해일처럼 다시 밀려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