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밤엔 천둥이 치고 비가 내렸다.
사위가 적막하고 간혹 꽃지는 소리.
온 밤을 꽃들은 홀로 떨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문득 갠 아침,
그 모진 천둥에도 가녀린 꽃잎들이 살아있었다.
그 모진 비속에도 꽃들은 연두빛 잎까지 거느리고 있었다.
꽃들은 바람속에서, 천둥 속에서
이따금 지지만
더 많은 아름다움으로 살아있었다.
꽃들이 안부를 묻는 아침은
꽃들이 졌을 거라 생각한
내 부끄러움만 꽃보다 더 붉었다.
길을 걷다 박새 한 마리 만나는 아침에
꽃이 지지 않듯이
내 슬픔도 지지 않겠다고 간신히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