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지현 Jun 29. 2021

꽃들이 안부를 묻는 아침

간 밤엔 천둥이 치고 비가 내렸다.

사위가 적막하고 간혹 꽃지는 소리.

온 밤을 꽃들은 홀로 떨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문득 갠 아침,

그 모진 천둥에도 가녀린 꽃잎들이 살아있었다.

그 모진 비속에도 꽃들은 연두빛 잎까지 거느리고 있었다.


꽃들은 바람속에서, 천둥 속에서

이따금 지지만

더 많은 아름다움으로 살아있었다.


꽃들이 안부를 묻는 아침은

꽃들이 졌을 거라 생각한

내 부끄러움만 꽃보다 더 붉었다.


길을 걷다 박새  마리 만나는 아침에

꽃이 지지 않듯이

내 슬픔도 지지 않겠다고 간신히 말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인덕원 뜰에 서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