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매거진
우기의 시간을 건너니 꽃이 피네
실행
신고
라이킷
177
댓글
23
공유
닫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브런치스토리 시작하기
브런치스토리 홈
브런치스토리 나우
브런치스토리 책방
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이지현
Sep 12. 2021
옛집을 쓰다
가죽나무
베어진 담벼락이
떠오를 때면
가죽나무
높이만큼 자란 그리움이 울타리를 친다.
아무래도
기억의 어디쯤
푸른곰팡이로 자라는 진통제 같은 옛집이 점령해
그 옛날의 집은 바닷속처럼 뒤집어졌다가
허연 파도를 물고 달려오다가
세상에 한 번씩 발을 넣었다 뺄 때면
꼭 마음이 그곳까지 걸어간다.
잊고 싶은 일이 많은 생애에
잊히지 않는 일이 있다는 것은 희한하다.
잊고 싶지 않은 일이 있다는 것은 화안한 쓸쓸함이다.
결코 그 옛집에서
행복했던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오래 묵은 집이 깊이 숨었다가
잿물에 닦은 놋대야처럼 반짝이며 떠오르는 건
지금
진지한 외로움을 겪었다는 것이다.
지금
눈먼 그리움을 알았다는 것이다.
keyword
그리움
시
위로
이지현
소속
직업
출간작가
식탁 위의 진심
저자
홍대앞 핑크집짓기, 소장시집의 에세이, 시쓰기는 스스로에 대한 위로, 틈틈이 쓰고 있습니다.
구독자
1,741
제안하기
구독
매거진의 이전글
가을 숲
그대 위해서
매거진의 다음글
취소
완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검색
댓글여부
댓글 쓰기 허용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