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마음은 무전여행을 떠났다.
막다른 길에서 텅 빈 채 헤매는 일이 잦았다.
바다에서는 바다를 잃어버렸고
풀밭에서는 이름들을 다 지웠다.
눈물이 바짝 마른 채 사구에서 목이 메었고
돌아올 길이 없는 철새처럼 막막했다.
허무맹랑한 길만 너무 믿은 탓이다.
이제 무모한 신호는 기다리지 않으리라.
이제 떠남에 대해서 말하지 않으리라.
이제 돌아옴에 대해서는 더욱 함구하리라.
어느 날 몰래 떠나버린 마음을 찾아서
펑펑 뚫린 길에서도 헤매는 일이 잦았지만
거리에서는 누군가 부르는 이름을 들었고
빈집은 오래 명랑하게 따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