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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현 Jan 23. 2022

상처

지하철 3호선에서 한 여자와 눈이 마주쳤다.

그녀가 혼자 앉은 긴 좌석에 앉을지

반대편에 앉을지 짧게 망설일 동안

시간을 태운 채 열차는 달리고

그 여자는 모두를 보는 것인지, 나를 보는 것인지

무심의 한가운데를 걸어가는 것인지.


-그녀의 빨간 매니큐어로 자꾸만 눈이 갔다.

어느 여배우의 헤어스타일 같은 머리와

다홍빛 셔츠 유난히 굽 높은 구두를 신은

눈매가 맑고 순했다.

 

긴 의자에 혼자 앉은 그녀의 건너편에

우리는 일렬횡대로 앉아 있는데,   

문득 우리가 상처 받은 사람처럼 남았다.

보이지 않는 곳에 상처를 움켜쥐고

아무도 드려다보지 못하리라 여겼지만

화들짝 드러나던 상처

스스로도 보지 못한 깊은 상처.

우리는 어느 곳에 깊은 화상을 입었을까.


상처가 보이는 그 여자와

상처가 깊어서 보이지 않는 우리가

함께 내려 에스컬레이터에 올라 떠났다.




# 한때 베스트셀러였던 책을 쓴 여인, 아이들에게 늘 필독서로 읽혔던, 그 책의 주인공을 만났던 그날의 지하철. 3호선에서는 늘 잊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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