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안개 자욱한 곳에서는
아무것도 아무것도 묻지 않는다.
달을 밟은 발자국 소리 멈추고
잠시 머문 시야엔 아무도 없는
만조처럼 밀려오는 그리움.
어제 쓴 편지는
새로이 한 해가 시작되었다고
겨울이 끝무렵이라고 썼지만
그 사이에 너는 없고
그리워지는 것 하나 없고
없다고 하면서 나는 운다.
등뼈 사이로 일렁 스미는 바람처럼
잘디잔 조각으로 박혀
생의 일부분으로 퍼득퍼득 살아나는 어제여,
마침내 낯선 눈으로 바뀌는 겨울바람 속에서
오가는 사람들은 자꾸 과거로 미끄러지고
그리울 것 하나 없는 추억을
이제는 굳이 봉인해야겠다고 생각한다.
흰 눈빛을 밟는 흔적 지우고
그 거리에 너는 없고
그리운 건 하나 없고
없다고 하면서 나는 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