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지현 Feb 05. 2022

그림자 있으세요

살아가는 동안

긴 그림자를 끌고 간다는 사실을 잊었네. 

그림자는 어떤 근심으로도 부풀지 않았고

어떤 유혹에도 평온한 마음으로 엎드려 있었네. 


담벼락을 돌아갈 때도

돌 틈에 핀 잡초 하나 다치지 않고

부드럽게 스며들어 지나갔고

스친 돌쩌귀에도 상처받지 않았네. 


내가 꽃을 어루만질 때

함께 쓰다듬던 그림자여

내가 바람을 맞고 있을 때

미동도 하지 않던 그림자여


어느 날 어둡고 좁은 방으로 너를 이끌 때

그때 나는 어떤 그림자를 두고 왔는지

고요히 돌아보리.

어떤 그림자를 생에 떨구고 왔는지

조심스레 빈 땅을 더듬어 보리. 



매거진의 이전글 그리움에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