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동안
긴 그림자를 끌고 간다는 사실을 잊었네.
그림자는 어떤 근심으로도 부풀지 않았고
어떤 유혹에도 평온한 마음으로 엎드려 있었네.
담벼락을 돌아갈 때도
돌 틈에 핀 잡초 하나 다치지 않고
부드럽게 스며들어 지나갔고
스친 돌쩌귀에도 상처받지 않았네.
내가 꽃을 어루만질 때
함께 쓰다듬던 그림자여
내가 바람을 맞고 있을 때
미동도 하지 않던 그림자여
어느 날 어둡고 좁은 방으로 너를 이끌 때
그때 나는 어떤 그림자를 두고 왔는지
고요히 돌아보리.
어떤 그림자를 생에 떨구고 왔는지
조심스레 빈 땅을 더듬어 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