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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현 Feb 13. 2022

호미곶에서

사람들은 겨울 바다만 보지 않았네.

깊고 모진 바람 앞에 서서

바다도 제 몸을 이리저리 뒤채

온 마음을 허옇게 드러내는 것을 보았고  

먼 수평선에서 떠오르는 눈부신 해를

눈 부릅뜨고 바라보았네.  


살면서 마음 밑바닥까지

송두리째 드러내는 날이 있지.

생에 한 번쯤 겨울 바다에 선 듯

모질고 드센 바람이

마음 밑바닥까지 닿아

온 마음을 하얗게 는 날이 있지.


그런 날은 겨울 바다에 가겠네.  

사람들은 거친 바람의 저편에서

눈부신 해가 떠오르길 기다렸고

살아있는 날에 부는 바람을

희망이 부친 엽서인양 펼쳐들던

결코 쓰러지지 않은 자세를 보겠네.

  





- 호미곶, 겨울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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