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겨울 바다만 보지 않았네.
깊고 모진 바람 앞에 서서
바다도 제 몸을 이리저리 뒤채
온 마음을 허옇게 드러내는 것을 보았고
먼 수평선에서 떠오르는 눈부신 해를
눈 부릅뜨고 바라보았네.
살면서 마음 밑바닥까지
송두리째 드러내는 날이 있지.
생에 한 번쯤 겨울 바다에 선 듯
모질고 드센 바람이
마음 밑바닥까지 닿아
온 마음을 하얗게 뒤집는 날이 있지.
그런 날은 겨울 바다에 가겠네.
사람들은 거친 바람의 저편에서
눈부신 해가 떠오르길 기다렸고
살아있는 날에 부는 바람을
희망이 부친 엽서인양 펼쳐들던
결코 쓰러지지 않은 자세를 보겠네.
- 호미곶, 겨울 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