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 일기

by 이지현

한 마리 물고기로 태어나지 않은 건

거슬러 오르는 법을 몰랐기 때문

한 마리 나는 새로 태어나지 않은 건

하강부터 배우지 못했기 때문

한 송이 꽃으로 태어나지 않은 건

아름다움에 대한 믿음이 없었기 때문


누구나 한 번은 태어난 일에 대해

때때로 쓸쓸하고

가끔은 슬퍼서 목이 메인다.


내가 사람으로 태어난 것은

사막을 건너는 낙타의 등처럼

결코 가볍지 않은 짐을 지고 가다가

뜨거운 해가 견디기 어려울 때

푸른 물가를 찾아 헤매기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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