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달려온 버스가 우수수 단풍잎을 내렸다.
붉은 계절이 정차할 때마다
잊었던 수신을 또르르 보내지만,
우리를 실은 통근 버스는 어디서 길을 잃고 헤매는지
막차를 탈 무렵에도 만날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전력으로 달려온 생을 마감하는 단풍처럼
힘껏 달려와 핏줄까지 시뻘개진 얼굴로 꾸려온 생.
한 나무들이 생을 놓듯이 우리도 놓아야 할지.
늦가을이 가장 서럽다고 누군가 말했다.
대추나무 한 그루 상처로 구부러진 오후
열매에게 붉음을 다 주고 단풍은 들지 않았다.
그처럼 온 마음을 다 주고도 들키지 않았던
계절이 지날 무렵에는 마음이 무겁다.
가끔 너의 안부를 묻지만
가끔 너를 마음 깊이 묻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