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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현 Nov 14. 2021

가끔 너를 묻는다

어떻게 네가 지내는지 가끔 묻는다.

시간을 달려온 버스가 우수수 단풍잎을 내렸다. 

붉은 계절이 정차할 때마다 

잊었던 수신을 또르르 보내지만,  

우리를 실은 통근 버스는 어디서 길을 잃고 헤매는지

막차를 탈 무렵에도 만날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전력으로 달려온 생을 마감하는 단풍처럼 

힘껏 달려와 핏줄까지 시뻘개진 얼굴로 꾸려온 생.

한 나무들이 생을 놓듯이 우리도 놓아야 할지. 

늦가을이 가장 서럽다고 누군가 말했다.


대추나무 한 그루 상처로 구부러진 오후

열매에게 붉음을 다 주고 단풍은 들지 않았다.

그처럼 온 마음을 다 주고도 들키지 않았던 

계절이 지날 무렵에는 마음이 무겁다. 

가끔 너의 안부를 묻지만

가끔 너를 마음 깊이 묻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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