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차려주는 밥을 먹고
막 길어올린 맑고 찬 물을 마시며
눈이 빛나는 고양이로 살아봤으면
긴 꼬리를 아무렇게나 늘이고
두 발을 쭉 뻗은 채로 가벼운 하품을 연신하면서
사람들이 오가든지 무신경하게 동그마니 있었으면
다른 사람의 잘되고 못되고는 나와 무관해서
마음에 담지 않고 시기하지 않고 욕심은 더욱 없이
짧은 발톱은 수북한 털속에 넣은 채
어슬렁 거리를 걸어봤으면.
낮은 곳에만 있지 않고, 높은 곳도 가끔 올라
양 손 가득 들고 종종 집의 대문을 삐걱 여는
슬픈 사람들을 보면서 뒷걸음질도 쳐 봤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