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스며든 음악 1 : Stacey Kent와 함께하는 나의 최적경로
비가 오는 날이면 나는 늘 음악을 찾는다.
오늘 같은 날엔 스테이시 켄트의 목소리가 어울린다.
부드럽고 따뜻하게, 마음의 구석구석을 하나씩 쓰다듬는 그녀의 음성은
하루의 끝에 놓인 나를 포근히 감싸준다.
나는 음악을 특정 장르로 구분해서 듣지 않는다.
그저 마음에 닿는 노래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하루가 고단했던 날, 잠시 숨을 고르며 듣는 노래 한 곡이
생각보다 큰 위로가 되어줄 때가 많다.
오늘 소개하고 싶은 음악은,
내가 오래도록 애정해 온 재즈 보컬리스트 스테이시 켄트(Stacey Kent)의 곡이다.
우연히 그녀의 노래 ‘So Nice’를 처음 들었을 때,
이유도 모른 채 그냥 좋아졌다.
그녀의 목소리는 조용히 마음속으로 스며들었고,
복잡하게 얽힌 감정들을 하나씩 정리해 주는 듯했다.
그날 이후로, 내게 그녀의 노래는 ‘위로’라는 이름으로 남았다.
며칠 전, 김지혜 작가의 『책들의 부엌』을 다시 펼쳤다.
북스테이가 로망인 나에게 이 책은 늘 부드러운 자극을 준다.
각기 다른 인물들의 이야기가 담긴 이 소설 속 세 번째 이야기,
‘최적경로와 최단경로’에서
주인공 유진이 스테이시 켄트를 좋아한다는 대목이 나온다.
“스테이시 켄트가 무대에서 _Postcard Lovers_를 부르는데
친구들과의 여행이 떠올랐어요.
그날의 바람, 웃음소리, 온도, 그 모든 기억이 노래 속에 스며 있었어요.”
그 문장을 읽는 순간, 나도 모르게 미소가 번졌다.
나만의 비밀 같던 음악이
누군가에게도 같은 위로로 닿았다는 사실이 너무 반가웠기 때문이다.
� Stacey Kent - Postcard Lovers
https://youtu.be/FfshvJaOttw? si=f5 mW8 Dlk-6 hURbdl
책 이야기 속 인물들은 이런 대화를 나눈다.
“우리 사회는 늘 최단 거리를 찾으라 하죠.
하지만 내비게이션이 말하는 ‘최단 거리’가
꼭 ‘최적 경로’는 아니잖아요.”
그 문장이 내 마음에 오래 남았다.
‘최적 경로’라는 단어는 마치 내게 건네는 조용한 조언 같았다.
인생은 100미터 달리기처럼 속도가 중요한 경주가 아니다.
나에게 맞는 방향과 리듬을 찾아가는 여정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종종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혹은 걱정이라는 명목으로
누군가의 삶의 경로를 대신 설정해 주려 한다.
하지만 결국 삶은 자기만의 속도와 길로 걸어야
비로소 ‘나다운 풍경’을 만날 수 있는 게 아닐까?
요즘 나는 내 인생의 ‘최적 경로’를 다시 설정하는 중이다.
더 늦지 않게, 나만의 속도로, 내가 좋아하는 음악과 함께.
비 오는 날, 스테이시 켄트의 목소리를 들으며
그 여정을 조금은 즐길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오늘 하루도, 당신의 속도대로 걸어가길 바란다.
그리고 그 길 위에서,
스테이시 켄트의 포근한 목소리가
당신의 마음을 살며시 감싸주길 바라며—
여러분은 지금, 충분히 잘하고 있습니다!
Stacey Kent (스테이시 켄트)
속삭이듯 섬세한 미성과 풍부한 감정 표현으로 사랑받는 재즈 보컬리스트.
‘Guildhall School of Music and Drama’에서 재즈를 수학했으며,
BBC 재즈 어워드 올해의 앨범상과 보컬상을 수상했다.
그녀의 대표 앨범 〈The Changing Lights〉(2013)는
브라질풍 보사노바와 재즈의 부드러운 조화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