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 안나푸르나, 자갓에서 다라파니 까지 길 위의 하루
3부. 내 안의 소란이 멈추는 길
부제 : 안나푸르나、 자갓에서 다라파니 까지 길 위의 하루
부재 : 안나푸르나, 자갓에서 다라파니 까지 길 위의 하루부재 : 안나푸르나, 자갓에서 다라파니 까지 길 위의 하루
부재 : 안나푸르나, 자갓에서 다라파니 까지 길 위의 하루
부재 : 안나푸르나, 자갓에서 다라파니 까지 길 위
트레킹 4일차는 자갓(Jagat) → 참체(Chamche) → 탈(Tal) → 다라파니(Dharapani)로 이어지는 구간을 걷는 일정이다.
자갓은 돌로 쌓은 집들과 좁은 골목이 이어진 마을이다. 안나푸르나 보존구역(ACAP)의 공식 체크 포인트가 있어서, 트레킹 퍼밋(TIMS, ACAP)을 확인받고 등록을 해야 한다.
자갓을 벗어나자마자 돌계단이 시작된다.
발아래로는 마르시앙디강이 굉음을 내며 흐르고,
머리 위로는 절벽이 마치 하늘을 가르듯 솟아 있다.
사람의 발길로 닳아 반들거리는 돌 위를 걸으며,
이 길을 걸어간 무수한 사람들의 시간과 의지가 차곡차곡 쌓여 있지 않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한참을 걷던 중, 가이드 파상이 조용히 걸음을 멈췄다.
그가 가리킨 곳엔 작은 돌무더기 하나가 있었다.
“이 길을 닦느라 많은 이들이 힘들었지요.”
주민들은 그것을 ‘기억의 돌’이라 불렀다.
기억의 돌
자갓에서 참체 구간은 원래 도보용 트레킹 루트였지만,
최근 몇 년간 도로 공사(Jeep Road)가 일부 구간까지 이어지면서
절벽 옆 새 길이 뚫리고 도로가 넓혀지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사고로 세상을 떠난 이들을 기리는
작은 돌무더기와 기도 깃발이 드물게 눈에 띈다.
공식적인 비석은 없지만,
현지인들은 이렇게 말한다고 했다.
“도로를 만든 사람들의 희생으로 이 길이 열렸다.”
나는 그 앞에서 모자를 벗고 잠시 묵념했다.
누군가의 희생 위에서 내가 걷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니
마음 한켠이 오래도록 먹먹했다.
폭포 앞의 침묵
한참을 걷다 보니 멀리서 폭포의 하얀 물줄기가 눈에 들어왔다.
참체로 향하는 길목이다.
커다란 바위 절벽이 길을 감싸며 그 틈새로 흰 물보라가 쏟아진다.
멀리서도 들릴 만큼 거센 물살의 장관이 펼쳐진다.
폭포에 가까워질수록 소리는 커지고,
바람과 함께 물안개가 얼굴에 닿는다.
살아 있다는 감각이 피부로, 숨결로, 선명하게 전해진다.
폭포는 모든 것을 쏟아내듯 떨어졌다.
그리고 나는 그 아래에서, 내 안의 소란도 함께 흘려보냈다.
걷는다는 건 이렇게 잠시 멈춰 서는 법을 배우는 일인지도 모른다.
흐르는 물처럼, 나도 지금 흘러가고 있다.
두려움과 기대, 그 사이 어딘가에서
나는 조금씩 나를 닮아가는 길을 찾아가고 있었다.
고요의 평원, 탈
참체를 지나면 마르시앙디 강 협곡길이 이어진다.
왼편에는 흰 포말을 일으키며 달리는 강물이,
오른편에는 깎아지른 듯한 암벽이 병풍처럼 둘러서 있다.
좁은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철제 다리나 나무다리를 건너야 하는 구간도 나온다.
그 무렵부터 주변 풍경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한다.
협곡의 벽이 낮아지고 하늘이 넓어지는 순간,
그때 나타나는 마을이 탈(Tal)이다.
네팔어로 ‘호수’를 뜻한다.
예전에는 마르시앙디 강의 지류가 만든 작은 호수가 있었지만,
지금은 대부분 말라 자갈과 흙으로 된 평지가 남아 있다.
탈에 들어서면 길이 한결 넓어지고 평평해진다.
많은 트레커들이 점심을 먹고 쉬어가는 곳,
잠시 앉아 바람을 맞으며 생각했다.
거센 폭포의 물소리가 멎고,
평원의 바람이 나를 스치는 듯한 기분이었다.
잠시지만 내 안에도 이런 평온이 있다는 걸 알았다.
점심을 마치고 다시 길을 나선다.
평원이 끝나자 고도는 다시 천천히 높아지고,
강을 따라 오르며 산의 기운이 짙어진다.
멀리 기도 깃발이 펄럭인다.
다라파니가 가까워졌다는 신호다.
길가엔 돌탑과 불경이 새겨진 돌판들이 이어진다.
불교 문화권의 향기가 짙어지고
거친 자연이 조금씩 부드러워진다.
두려움보다 평화가 마음속으로 들어온다.
마치 인생의 격랑을 지나
조금은 단단해진 나로 들어서는 순간처럼.
다라파니의 첫눈
다라파니에 도착하자,
처음으로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숙소 창가에 앉아 달빛 속에 흩날리는 눈을 바라보며
조용히 손을 모았다.
이 길 위에서 바라는 건 오직 하나,
내 안의 소란이 조금씩 잦아드는 것이다.
오늘 걸은 여정을 돌아보며 문득 생각했다.
인생의 길도 이와 같을 것이다.
거센 폭포를 지나야 비로소 고요한 평원을 만난다.
내 안의 평화는 멀리 있지 않다.
그저, 멈추어 서서 바람을 듣는 그 순간에 있다.
[나다움을 향한 길 위에서 — 생각 한 줌]
나는 언제, 내 안의 소란을 흘려보낼 수 있을까요?
폭포 아래 서 있던 그 순간처럼,
모든 생각과 감정을 한꺼번에 쏟아내고
그 자리에 고요만 남았던 적이 있었나요?
지금, 평원의 문 앞에 서 있나요?
삶의 거센 물살을 지나
비로소 마주하게 될 나만의 평온한 공간
그곳으로 가는 길 위에 서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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