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러간 뒤에도 기억에 남을 음악

70년생들의 기억을 소환할 나만의 플레이리스트

by 글다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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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읽고 있는 책에서 한 문장이 오래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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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의 발견 유병욱 2019북하우스>


음악 외적인 것으로 사랑받았던 음악은, 그 외적인 것이 사라짐과 함께 초라해진다.


곱씹을수록 고개가 끄덕여졌다.


결국 무엇이든, 그것이 속한 분야의 본질에 얼마나 닿아 있느냐


시간을 견디는 힘을 결정하는 게 아닐까.


누구나 흘러간 노래가 된다


하지만


어떤 노래는 흘러간 뒤에도 멋지다



영원히 새로울 수 없다면


기왕이면 오래 들어도 질리지 않는 노래를 목표로 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훗날 나는 어떤 사람일까.


흘러간 유행 같은 사람일까,


아니면 시간이 지나도 다시 찾게 되는 노래 같은 사람일까.


오늘도 스스로에게 조금 냉혹한 질문을 던진다.


부디 훗날의 제가, 만족 스러운 대답을 할 수 있기를....

-< 평소의 발견 유병욱>


부디 미래의 나 또한


이 질문 앞에서 고개를 끄덕일 수 있기를 바라면서.


이런 생각 끝에,


내 기억 속을 잠시 스쳐 지나갔지만


지금 다시 들어도 “와우”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음악들을 꺼내본다.



1970년대 생의 감각을 조용히 흔드는, 대중적이면서도 자기 색이 분명한 노래들을 소개해 본다.


나만의 사계절 플레이리스트들을 통해 오랜 내 기억들도 소환해 보는 시간을 가져 본다.



봄 : 감정의 뿌리가 깨어나는 소리


유재하 –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 이곡은 유재하 1집 앨범 수록곡이고 유재하가 가장 애정했던 노래였다고 한다. 음악이 아니라 ‘태도’를 듣는 느낌이다. 언제 들어도 처음 같다. 유재하의 작사 능력이 돋보이는 곡으로 우리말 1위 곡으로 선정된 곡이기도 하다. 조용히 나의 내면을 바라보며 읖조리는 듯 한 곡이다.



<가사>


붙들 수 없는 꿈의 조각들은


하나 둘 사라져 가고


쳇바퀴 돌 듯


끝이 없는 방황에


오늘도 매달려 가네



거짓인줄 알면서도


겉으론 감추며


한숨 섞인 말 한 마디에


나만의 진실 담겨 있는 듯



이제와 뒤늦게


무엇을 더 보태려 하나


귀 기울여 듣지 않고


달리 보면 그만인 것을



못 그린 내 빈 곳


무엇으로 채워 지려나


차라리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 그려가리



엇갈림 속의 긴 잠에서 깨면


주위엔 아무도 없고


묻진 않아도


나는 알고 있는 곳


그 곳에 가려고 하네



근심 쌓인 순간들을


힘겹게 보내며


지워버린 그 기억들을


생각해내곤 또 잊어버리고



이제와 뒤늦게


무엇을 더 보태려 하나


귀 기울여 듣지 않고


달리 보면 그만인 것을



못 그린 내 빈 곳


무엇으로 채워지려나


차라리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 그려가리



이제와 뒤늦게


무엇을 더 보태려 하나


귀 기울여 듣지 않고


달리 보면 그만인 것을



못 그린 내 빈 곳


무엇으로 채워지려나


차라리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 그려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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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를 통해 내 삶을 바라본다.


이제 와서 나는


왜 자꾸 무언가를 더 보태려 하고 있을까.



이미 충분히 살아왔고,


이미 충분히 느껴왔는데도


빈 마음을 마주할 때마다


또 다른 무언가로 채우려 애써왔던 건 아닐까.



이 노래는


더 가지라고 말하지 않는다.


더 잘하라고도, 더 증명하라고도 하지 않는다.



그저 조용히


내 마음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보라고 말하는 듯하다.



내 빈 마음에


무언가가 채워지기를 바라기보다


잠잠히 멈춰 서서


지금 이 마음에서


진심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가만히 들어보라고.



어쩌면 내가 찾고 있던 답은


밖에 있는 게 아니라


이미 오래전부터


내 안에서 말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오늘,


더 보태는 대신


조금 덜 애써보기로 한다.


그리고 내 마음이 하는 말을


처음으로 끝까지


들어보기로 한다.



이곡은 나의 인생 드라마 아저씨 OST로 리메이크가 되었던 곡이다. 곽진언의 담담한 목소리에 빛이 더해진 듯 한 느낌이다.


https://youtu.be/xSgDR_7cWug?si=lYtc-QonjCxXceHY



채우려고 애쓰기 보다 잠잠히 들여다 본다면 어떤 말이 들릴까?



여름 : 여름의 밤공기와 제법 잘어울리는 음악


롤러코스터 〈습관〉 지금 들어도 촌스럽지 않은 편곡의 힘이 느껴지는 세련된 롤러코스터의 음악! 왜 그동안 잊고 살았을까? 1999년 정규 1집 수록곡이다. 롤러코스터에 이효리의 남편인 이상순이 있었다는게 참 새롭다. ^^ 타이틀 곡은 아니지만 보컬 조원선의 매력적인 특유의 음색이 너무 잘 어울리는 음악이다.



<가사>


얼마나 많이 기다렸는지


너를 내게서 깨끗이 지우는 날


습관이란 게 무서운 거더군


아직도 너의 사진을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사랑해 오늘도 얘기해 믿을 수 없겠지만



안녕 이제 그만 너를 보내야지


그건 너무 어려운 얘기



참 신기한 일이야 이럴 수도 있군


너의 목소리도 모두 다 잊어버렸는데


습관이란 게 무서운 거더군


아무 생각 없이 또 전활 걸며 웃고 있나 봐


사랑해 오늘도 얘기해 믿을 수 없겠지만



안녕 이제 그만 너를 보내야지


그건 너무 어려운 얘기



라라라 라라


라라라 라라 라라



습관이란 게 무서운 거더군


아직도 너의 사진을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사랑해 오늘도 얘기해 믿을 수 없겠지만



안녕 이제그만 너를 보내야지


그건 너무 어려운 얘기




안녕 이제 그만 너를 보내야지


그건 너무 어려운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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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음악도 가사를 곱씹으며 듣다 보니 자연스레 내 삶에 자리 잡은 불편한 감정과 부정적인 생각들이 떠올랐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생각을 아무 의심 없이 믿으며 살아갈까.


그 생각들이 정말 ‘나’인지도 모른 채.



요즘 나는 그 오래된 습관들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지고 싶다.


불편한 감정도,


부정적인 생각도


사실은 그냥 지나가는 습관일 뿐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연습을 한다.


요즘 나는 생각을 믿기보다 흘려보내는 쪽을 선택한다.


감정 역시 나의 전부가 아니다.


그저 오늘을 스쳐 지나가는


수많은 장면 중 하나일 뿐이다.



부정에 머무는 습관 대신


놓아주는 습관을 선택하는 것.


그 선택 또한


결국은 나의 몫이라는 걸


조금씩 배워가는 중이다.


https://youtu.be/bMCdeGtevc8?si=Mj_W2CLp_vWxgmqJ





이곡도 커버한 가수들이 생각보다 많았던 곡이다. 그 중 나의 원픽은 치즈의 목소리! 인디 감성 물씬 더 포근한 느낌으로 눅진한 여름 장마철 밤공기를 정화시켜줄 듯 하다.


https://youtu.be/wYRmB5oXAl8?si=rIHbTu0AUZ2DNcsr





가을 : 생각이 깊어지는 가을밤 찾게 될 목소리


이소라 〈바람이 분다〉 감정을 숨기지 않을 용기를 다독여주는 그녀의 목소리는 깊은 가을밤과 너무 잘 어울린다.


이곡은 이소라의 6집 앨범 눈썹 달에 수록된 곡이다. 가사의 서정성과 함께 한글날을 맞아 시인들이 뽑은 아름다운 노랫말 1위에 뽑히기도 한 노래이다.


<가사>


바람이 분다 서러운 마음에 텅 빈 풍경이 불어온다


머리를 자르고 돌아오는 길에 내내 글썽이던 눈물을 쏟는다


하늘이 젖는다 어두운 거리에 찬 빗방울이 떨어진다


무리를 지으며 따라오는 비는 내게서 먼 것 같아


이미 그친 것 같아


세상은 어제와 같고 시간은 흐르고 있고


나만 혼자 이렇게 달라져 있다


바람에 흩어져 버린 허무한 내 소원들은 애타게 사라져간다


바람이 분다 시린 한기 속에 지난 시간을 되돌린다


여름 끝에 선 너의 뒷모습이 차가웠던 것 같아


다 알 것 같아


내게는 소중했던 잠 못 이루던 날들이


너에겐 지금과 다르지 않았다


사랑은 비극이어라 그대는 내가 아니다


추억은 다르게 적힌다


나의 이별은 잘 가라는 인사도 없이 치러진다


세상은 어제와 같고 시간은 흐르고 있고


나만 혼자 이렇게 달라져 있다


내게는 천금같았던 추억이 담겨져 있던


머리위로 바람이 분다


눈물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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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우리는 참 다양한 감정과 마주하게 된다.


기쁘고 단단한 날도 있지만,


이유를 알 수 없는 마음이 불쑥 찾아오는 날도 있다.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를 듣다 보면


문득 이런 문장이 마음에 남는다.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


특히 가을이 되면 쓸쓸함과 함께 알 수 없는 슬픔과 허무함, 외로움이 한꺼번에 밀려올 때가 있다.


마음이 이유 없이 요동치는 순간들.


그럴 때마다


우리는 자주 이런 감정들을


없애려 애쓴다.


괜찮은 척, 아닌 척, 지나간 척.


하지만 이 노래는 다르게 말하는 것 같다.


이럴 때는 굳이 감정을 밀어내지 않아도 된다고.


그저 “아, 지금 내게 이런 바람이 불고 있구나.”


하고 그 감정에 이름을 붙여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내가 느끼는 감정이


곧 나의 정체성은 아니다.


그저 변덕스러운 날씨처럼


왔다가 지나가는 것일 뿐이라고


생각해도 좋겠다.



때로는 명확하게 설명할 수 없는 마음이 몰려올 때도 있다.


이유도 없고, 말로 풀리지도 않는 감정.


그럴 때는


“아, 나도 모를 마음이 왔구나.”



하고 그대로 바라봐 주면 된다.


이해되지 않는 마음이라도


느껴진다는 사실 자체는


분명한 진실이니까.



이 노래의 끝에서


남는 것은 슬픔이 아니다. 오히려


내 존재 자체에 대한 단단한 한 문장이다.


바람이 분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나는 여전히 여기 있다.



요동치는 감정 속에서도


나는 떠내려가지 않았고,


지금 이 자리에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조용히 일깨워준다.



그래서 나는


이 노래를 들은 뒤


나 자신에게 묻는다.



지금, 내 삶에는


어떤 바람이 불고 있는가?


https://youtu.be/pv6qFKM5y_A?si=ZHSRvNNBAq2sBHJX





겨울 : 고요 속에 오래 남을 음악


루시드 폴 〈국경의 밤〉 조용하지만 깊이가 느껴지는 음악이다. 웅크러지기 쉬운 겨울철 포근하게 동화같은 이야기가 잠잠하게 나를 감싸주는 듯 하다.


사람을 향한 그리움과 세상을 향한 시선을 루시드 폴의 3집 앨범 국경의 밤에는 가득 담겨있다.


건조하고 척박한 가슴에 루시드폴의 음악은 맑고 순수한 마음을 안겨주기도 한다. 연말에 누군가를 그리워하게 만드는 것 같다. 그리운 내 친구





<가사>


너의 어깨에 나의 손을 올리니


쑥스럽게도 시간은 마냥 뒤로 흘러가


시간 없는 곳에서 정지한 널 붙잡고


큰 소리 내지 않으며 얘기하고 있구나.



우린 키가 크지도 않은


수줍고 예민하기까지 한


작고 여린 몸집에


지기 싫어하던 아이들.



너를 떠나기 전에, 고향 떠나기 전에


독서실 문틈 사이로 밀어넣은 네 결심.


바라보는 것만큼 어쩔 수 없던 우리


다같이 무기력했던 우리 고3의 바다.



함께 좋아했던 사람.


너는 말하지 못해,


마지막까지 숨기다 겨우


한참을 같이 고민하던 그 밤.



앞으로 돌진하는 내 현실.


전투하듯 우리 사는 동안에도


조금도 바꾸지 못한 네 얼굴.


의젓하게 멀리 나를 보러 온


청년이 된, 그러나 내겐


소년인 내 친구, 그대여.



나보다는 더 여유 있게 산다며


언제나 나를 앞질러 술값을 내곤 하던


너의 뒷모습, 숨길 순 없었겠지


모든 걸 다 버리듯이 나를 찾아왔을 땐.



몇 년 만인지 둘이서


함께 도로를 달리던 밤.


별처럼 반짝인


고단한 네 외로움, 네 사랑들.



앞으로 돌진하는 내 현실.


전투하듯 우리 사는 동안에도


조금도 바꾸지 못한 네 얼굴.


의젓하게 멀리 나를 보러 온


청년이 된, 그러나 내겐,


소년인 내 친구.


소년인 내 친구.


소년인 내 친구, 청년이 된


내겐 소년인 내 친구, 그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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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은 빠르게 지나가지만


본질에 닿은 것은 여전히 조용하게 남는 힘이 있는 것 같다.



나도 그런 사람이면 좋겠다.


다시 찾게 되는 노래처럼, 흘러간 뒤에도 다시 찾게 되는 사람으로.


https://youtu.be/xnKEDEoL1t0?si=2BFVbmnHctl06Z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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