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에 기대지 않는법

[오늘의 추천 음악] Erik Satie – Gymnopédie No.1

by 글다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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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인 조르바 이 책을 읽는 시간은


내 삶이 화자처럼


관계에 기대지 않는 방향으로


조금씩 옮겨가는 시간이기도 했다.



조르바 곁에서 변화해 가는 화자는


조르바의 거침없는 삶을 보고


자신의 조심스럽고 합리적인인 삶을 안전한 감옥으로 느끼기 시작한다.



화자가 느꼈을 변화는


내 안에서 이런 문장으로 정리되었다.


“나는 내 삶이 좁은 골목길로 접어들었다는 것을 알았다.


너무 오랫동안 안전한 곳에 머물러 있었던 것이다.


이제 나는 그 안전함에서 벗어나,


조르바처럼 삶의 파도 속으로 몸을 던지고 싶어졌다.”



“나는 더 이상 안전한 것들에 매달리고 싶지 않았다.”



이렇게 한문장으로 정리하며 문득 알게 되었다.


관계에 기대지 않는다는 건


차가워지는 일이 아니라,


비로소 내 삶의 무게를 내가 감당하겠다는 선택이라는 것을.




그리스인 조르바의 화자는


처음부터 단단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늘 생각했고, 의미를 붙잡았으며


관계 속에서도 이해받고 있다는 감각을


하나의 안전장치처럼 여겼다.


조르바는 그와 정반대의 사람이었다.


설명하지 않고, 변명하지 않으며


누구에게도 기대지 않는다.


그는 가르치지 않는다.


그저 자기 삶을 온몸으로 살아낸다.



화자는 그 곁에서


조용히 흔들리기 시작한다.


관계에 기대어 있던 자신의 삶이


어쩌면 스스로를 더 약하게 만들고 있었던 건 아닐까,


처음으로 의심하게 된다.





젊은 시절의 나는


그 화자와 많이 닮아 있었다.


사람과의 거리감에 서툴렀고


좋은 사람으로 남고 싶어서


상대가 바라는 모습에 나를 맞추며 살아왔다.


그렇게 하면


관계가 조금 더 단단해질 거라 믿었다.



하지만 돌아보니


그건 친밀함이 아니라


과도한 의지에 가까웠다.


타인의 반응에 따라 마음이 흔들리고,


작은 말 한마디에도


하루의 기운이 푹 꺼지곤 했다.


관계 속에서


나는 나를 너무 많이 내주고 있었다.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다.


“내 마음의 기둥은 결국 내가 세워야 하는 거구나.”


그 이후로 나는


모든 관계를 붙잡지 않기로 했다.



차가운 반응 앞에서


나를 설명하려 애쓰지 않고,


무심함을 나의 가치로 해석하지 않기로 했다.



사람에게 기대지 않을 때


비로소 보이는 균형이 있었다.


관계의 크기보다


내 안의 중심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사실도.






조르바는 자유를 본능처럼 살았고,


화자는 그 자유를 천천히 배워갔다.



그리고 나는


그 화자보다 조금 늦게


그 배움을 내 삶에 들여놓았다.



이제 나는


관계에서 힘을 빼는 연습을 한다.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일에는


말을 보태지 않고,


붙잡지 않아도 될 인연 앞에서는


조용히 한 발 물러선다.



나이가 든다는 건


고독을 받아들이는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고독은


외로움이 아니라


나를 지키는 경계가 되어 준다.



관계에 기대지 않는다는 건


혼자가 되겠다는 선언이 아니라,


비로소 나로 서겠다는 선택이라는 것을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오늘의 추천 음악] Erik Satie – Gymnopédie No.1


관계에서 한 발 물러섰을 때 찾아오는 고요.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상태,


“그럴 수 있지” 하고 지나칠 수 있는


마음의 속도와 닮아 있다.



이 음악이 흐르는 동안만큼은


그저 나로 서 있는 상태,


그것이면 충분하다.


https://youtu.be/eMnxjdGTK4w?si=pJgEJ5JhLay-iAF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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