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쓴다는 건 결국 사람을 만나는 일
요즘은 누구나 콘텐츠를 만드는 시대다.
아침에 눈을 뜨면 수많은 글과 영상이 쏟아지고
우리는 그 사이를 스쳐 지나가며
몇 개의 콘텐츠를 읽고, 보고, 잊어버린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과연 콘텐츠 글쓰기란 무엇일까?
사람들의 시간을 붙잡는 기술일까,
아니면 누군가의 마음에 잠시 머무는 작은 의자 같은 것일까.
한때는 나도 ‘잘 읽히는 글’을 고민했다.
조회수, 반응, 좋아요.
보이지 않는 숫자들이
글의 가치를 결정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알게 된다.
많이 읽힌 글보다
오래 기억되는 글이 있다는 사실을.
어떤 글은
대단한 정보를 담고 있지 않아도
이상하게 마음에 남는다.
그 글을 쓴 사람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글 속에서 망설이고, 질문하고,
때로는 흔들리며 살아가는
한 사람의 체온이 전해질 때
독자는 그 글을 ‘콘텐츠’가 아니라
‘사람’으로 만나게 된다.
콘텐츠 시대의 글쓰기는
빠르게 소비되기 위해 만들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내가 쓰고 싶은 글은
조금 느리더라도
누군가의 마음에 잠시 앉아
숨을 고르게 하는 글이다.
정보는 검색으로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경험은
누군가의 삶을 통과한 문장에서만 만날 수 있다.
비평가이자 철학자이 발터 벤야민은 '스토리 텔러' 작품을 통해
정보와 경험을 엄격하게 구분했다.
"정보의 가치는 그것이 새로운 것인 순간에만 살아남는다. 그러나 이야기는 소모되
지 않는다. 그것은 자기 내부에 에너지를 축적해 두었다가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도
다시금 우리를 놀라게 하는 힘이 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완벽한 글을 쓰려 하기보다
진실한 문장과 이야기를 쓰고 싶다.
나의 고민과 배움,
그리고 아직 완성되지 않은 질문들을
그대로 글 속에 놓아두며
누군가와 함께 생각하고 싶다.
콘텐츠 글쓰기는
결국 알고리즘과의 싸움이 아니라
나의 진심을
누군가의 언어로 번역하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글을 쓰는 동안
나는 내 마음을 더 깊이 들여다보고
세상을 조금 더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아주 가끔
누군가가 그 글을 읽고
“나도 같은 생각을 했어요”라고 말해줄 때
비로소 글은 완성된다.
오늘도 나는 콘텐츠를 만든다.
누군가의 스크롤을 멈추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누군가의 하루에
잠시 머물 수 있는 문장을 남기기 위해.
어쩌면
좋은 콘텐츠란
잘 만든 글이 아니라
잘 살아낸 시간이 담긴 글인지도 모르겠다.
[빛글음 추천 음악]
Bill Evans – Waltz for Debby
https://youtu.be/dH3GSrCmzC8?si=4EjcV_OrVKpselol
하루의 풍경을 그대로 음악으로 옮겨놓은 듯한 곡으로
주말과 함께 창가에 앉아 글을 쓰거나 일기를 끄적거려 볼 때
참 잘 어울리는 듯 한 음악입니다.
자기만의 감정의 결을 담아 글을 쓸 때 함께 하면 좋을 음악으로 추천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