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조금씩 깊어지는 중이다.

[빛글음 오늘 추천음악 ] Ludovico Einaudi – Experi

by 글다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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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때 목표를 제때 이루지 못하면


가장 먼저 나를 비난하는 사람이었다.



“이것도 못 해?”


“또 실패야?”



세상 누구보다 가혹한 심판관이 내 안에 살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프리다이빙을 시작했을 때도


나는 또다시 나를 시험대 위에 올려놓고 있었다.



10m 하강.


숫자로 보면 고작 몇 미터 차이지만


물속에서는 전혀 다른 세계였다.



오늘 네 번째 도전이었다.


많이 연습했고, 컨디션도 나쁘지 않았다.


5m를 지나고, 7m를 지나고,


마침내 9m까지 내려갔다.


하지만 그곳에서 이퀄라이징이 되지 않았다.


더 내려갈 수 없었다.



수면 위로 올라오는 동안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다.


‘이거 안 해도 내 삶은 잘 돌아가는데…


나는 왜 이렇게까지 하고 싶은 걸까?’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못한다고 뭐라 할 사람도 없는데


나는 왜 계속 도전하고 있을까.



‘이 나이에… 이제 그만둬도 되지 않을까?’


잠깐, 그런 마음이 스쳤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오면서 떠오른 것이 있었다.


물속에서 느꼈던 고요함.


세상 소음이 사라지고


오직 내 호흡과 물 속의 고요함이 느껴지던 그 순간.


그리고 오래전부터 마음속에 담아둔 꿈.


돌고래와 함께 유영하고 싶다는


오래전 품고 있던 작고도 분명한 소망.



나는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


이걸 하는 게 아니었다는 것을.



나는 그저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고 있는 사람이었다.



오늘 나는 또 하나의 변화를 경험했다.


처음 시도에서 눈에 압착이 왔을 때


그걸 느끼지 못해 출수 후 눈이 조금 아파왔다.



두번째 입수를 앞두고


처음으로 코치에게 먼저 말했다.


“잠깐 쉬어야 할 것 같아요.”



예전의 나라면


참고 밀어붙였을 것이다.


못하면 더 비난받을까 봐


나 자신에게서 도망치듯.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내 몸의 신호를 들었고


내가 나를 지켜주었다.


쉬고 난 뒤 다시 내려갔다.



그리고 깨달았다.


지난번에는 7m였고


오늘은 9m였다.


나는 실패한 것이 아니라


조금 더 깊어지고 있었다.



목표는 아직 닿지 않았지만


나는 분명 어제보다 다른 사람이었다.



예전의 나는 실패하면


나를 스스로 비난했다.



지금의 나는 실패 앞에서


나에게 묻는다.


“나는 왜 이걸 원하는 사람이지?”



그 질문을 통해


나는 나를 더 이해하게 되었고


그래서 다시 선택할 수 있었다.



누군가는 말할지도 모른다.


이 나이에 왜 그런 도전을 하냐고.


그게 무슨 의미가 있냐고.



하지만 이제 나는


삶을 확장하는 데


나이는 기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깊이를 향해 내려가는 중이다.



어떤 날은 목표치에 닿지 못하고


어떤 날은 예상보다 조금 더 깊어진다.



중요한 건


몇 미터를 내려갔느냐가 아니라


내가 나를 어떻게 대했느냐일지도 모른다.



요즘 나는


물에 들어가기 전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한다.



“겁내지 말고


내 몸과 마음에 집중하면서


천천히 해보자.”



그리고 신기하게도


그 말을 들은 내 몸이 먼저


“알겠어” 하고 반응하는 것 같다.



혹시 지금


무언가에 도전하다가


자꾸 멈춰 서게 되는 사람이 있다면


이 말을 함께 건네고 싶다.



당신이 아직 포기하지 못한 이유는


아마도 그것이


당신이 진짜로 원하는 일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목표에 닿지 못한 날에도


당신은 조금 더 깊어지고 있을지 모른다.



그러니 오늘도


너무 급하게 내려가지 말고


당신의 속도로


당신의 몸과 마음을 들으며



천천히.


우리는 모두


아직도 조금씩 깊어지는 중이니까.....




[빛글음 오늘 추천음악 ]

Ludovico Einaudi – Experience

https://youtu.be/eUDVUZZyA0M?si=zNVXIdfPSABuSQ7O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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