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추천 음악]Nils Frahm – 〈Says〉
남해 미조항에는 ‘스페이스 미조’라는 복합 문화 공간이 있다.
이곳은 한때 냉동 창고로 쓰이던 건물이 예술과 창작의 장으로 새롭게 변모한 공간이다.
전시물 가운데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과거 냉동 창고의 핵심 설비였던 냉각 열교환 장비다.
한때는 차가운 공기를 순환시키며 해산물의 신선함을 지켜주던 장치였지만, 지금은 그 존재 자체로 공간
의 역사와 시간을 품은 하나의 작품이 되어 있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이 장치를 감싸 안았던 공기와 온도,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의 손길과 노동의 기억이
차가운 금속 표면에 스며든 듯하다.
그 표면에 남은 세월의 흔적은 여전히 숨 쉬고 있는 듯한 감각을 불러일으키며,
보는 이로 하여금 조용한 압도감에 잠기게 한다.
이 설치물 앞에는
이 공간이 지나온 길과 앞으로 펼쳐질 가능성에 대해
잠시 머물러 생각해 보라는 문구가 놓여 있다.
오래된 설비 장치 안에도
차곡차곡 쌓인 세월의 흔적이 기억이 되고,
그 기억이 예술이 되어
또 다른 가능성을 열어주는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자연스럽게 사람의 삶을 떠올리게 된다.
한 사람이 살아온 시간 또한
그 안에는 수많은 계절과 선택,
기억과 관계가 겹겹이 스며 있다.
누군가에게는 지나간 역할이었을지 몰라도
그 시간들은 사라지지 않고
각자의 역사로 남아 새로운 의미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 공간은
과거를 기념하는 장소라기보다
‘이미 살아온 시간 위에서
우리는 무엇이 될 수 있는가’를 묻는 곳처럼 느껴진다.
한 사람이 지나온 길을 돌아보고
각자가 앞으로 펼쳐갈 가능성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사유는 이 공간을 넘어
우리 각자의 삶으로 조용히 확장된다.
그리고 나는 이 오래된 장치 앞에서
다시 한번 믿게 된다.
지나온 시간은 결코 낡아지지 않으며,
이해받을 때 비로소 예술이 된다는 것을.
내가 앞으로 써가게 될 빛글음은
나에게도 남겨진 시간들에
조용히 빛을 대고,
아직 말이 되지 못한 기억의 온도를
문장으로 건네는 기록이 되어 주면 좋겠다.
서두르지 않고,
버리지 않고,
이미 살아온 시간 위에서
다음 가능성을 천천히 불러내는 기록이 되면 좋겠다.
[빛글음 오늘의 추천 음악]
Nils Frahm – 〈Says〉
https://youtu.be/xLNeZogTsK8?si=IBRqsLsgNyKl59FS
지나온 시간들이 사라지지 않고,
현재의 리듬으로 다시 작동하는 소리.
이 공간에 남아 있던 공기처럼
음악 또한 과거와 현재를 조용히 잇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