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때 목표를 제때 이루지 못하면
가장 먼저 나를 비난하는 사람이었다.
“이것도 못 해?”
“또 실패야?”
세상 누구보다 가혹한 심판관이 내 안에 살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프리다이빙을 시작했을 때도
나는 또다시 나를 시험대 위에 올려놓고 있었다.
10m 하강.
숫자로 보면 고작 몇 미터 차이지만
물속에서는 전혀 다른 세계였다.
오늘 네 번째 도전이었다.
많이 연습했고, 컨디션도 나쁘지 않았다.
5m를 지나고, 7m를 지나고,
마침내 9m까지 내려갔다.
하지만 그곳에서 이퀄라이징이 되지 않았다.
더 내려갈 수 없었다.
수면 위로 올라오는 동안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다.
‘이거 안 해도 내 삶은 잘 돌아가는데…
나는 왜 이렇게까지 하고 싶은 걸까?’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못한다고 뭐라 할 사람도 없는데
나는 왜 계속 도전하고 있을까.
‘이 나이에… 이제 그만둬도 되지 않을까?’
잠깐, 그런 마음이 스쳤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오면서 떠오른 것이 있었다.
물속에서 느꼈던 고요함.
세상 소음이 사라지고
오직 내 호흡과 물 속의 고요함이 느껴지던 그 순간.
그리고 오래전부터 마음속에 담아둔 꿈.
돌고래와 함께 유영하고 싶다는
오래전 품고 있던 작고도 분명한 소망.
나는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
이걸 하는 게 아니었다는 것을.
나는 그저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고 있는 사람이었다.
오늘 나는 또 하나의 변화를 경험했다.
처음 시도에서 눈에 압착이 왔을 때
그걸 느끼지 못해 출수 후 눈이 조금 아파왔다.
두번째 입수를 앞두고
처음으로 코치에게 먼저 말했다.
“잠깐 쉬어야 할 것 같아요.”
예전의 나라면
참고 밀어붙였을 것이다.
못하면 더 비난받을까 봐
나 자신에게서 도망치듯.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내 몸의 신호를 들었고
내가 나를 지켜주었다.
쉬고 난 뒤 다시 내려갔다.
그리고 깨달았다.
지난번에는 7m였고
오늘은 9m였다.
나는 실패한 것이 아니라
조금 더 깊어지고 있었다.
목표는 아직 닿지 않았지만
나는 분명 어제보다 다른 사람이었다.
예전의 나는 실패하면
나를 스스로 비난했다.
지금의 나는 실패 앞에서
나에게 묻는다.
“나는 왜 이걸 원하는 사람이지?”
그 질문을 통해
나는 나를 더 이해하게 되었고
그래서 다시 선택할 수 있었다.
누군가는 말할지도 모른다.
이 나이에 왜 그런 도전을 하냐고.
그게 무슨 의미가 있냐고.
하지만 이제 나는
삶을 확장하는 데
나이는 기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깊이를 향해 내려가는 중이다.
어떤 날은 목표치에 닿지 못하고
어떤 날은 예상보다 조금 더 깊어진다.
중요한 건
몇 미터를 내려갔느냐가 아니라
내가 나를 어떻게 대했느냐일지도 모른다.
요즘 나는
물에 들어가기 전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한다.
“겁내지 말고
내 몸과 마음에 집중하면서
천천히 해보자.”
그리고 신기하게도
그 말을 들은 내 몸이 먼저
“알겠어” 하고 반응하는 것 같다.
혹시 지금
무언가에 도전하다가
자꾸 멈춰 서게 되는 사람이 있다면
이 말을 함께 건네고 싶다.
당신이 아직 포기하지 못한 이유는
아마도 그것이
당신이 진짜로 원하는 일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목표에 닿지 못한 날에도
당신은 조금 더 깊어지고 있을지 모른다.
그러니 오늘도
너무 급하게 내려가지 말고
당신의 속도로
당신의 몸과 마음을 들으며
천천히.
우리는 모두
아직도 조금씩 깊어지는 중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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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dovico Einaudi – Experi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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