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좋은 일

엄마와 아이는 서로에게 어떤 존재일까

by 초록숨

어릴 적 기억을 떠올리면, 내 마음을 안정되게 해주는 장면은 단연코 밥냄새가 나는 저녁 풍경이다. 치익치익 밥솥이 돌아가고 엄마는 분주히 움직이고, 나는 소파에서 신나게 세일러문을 보며 내가 세일러문이 되는 것을 상상하던 그때. 세상이 항상 그런 모습으로 내게 다가오지는 않았지만, 그런 평범하고 안전한 순간들이 내 어린시절의 한가운데 있기 때문에 자라나며 많이 흔들리지는 않았구나 싶다.


샤워하기를 싫어하는 아이는 나랑 같이 샤워하는 것은 좋아한다. 어제도 샤워기 하나를 두고 번갈아 몸을 씻으며 재재거리는 아이에게 물었다. “엄마랑 씻으면 뭐가 좋아?” 나는 엄마랑 같이 씻을 때는 스스로 씻게 되니까 좋다던지, 같이 목욕탕에 온 것 같아서 좋다던지 그런 대답을 생각했는데 망설이지 않고 움직인 아이의 입은 “응~ 마음이 좋아!” 아이의 마음이 좋은 일. 구체적인 이유가 뭐가 중요하겠는가. 극F인 엄마는 매일매일 같이 샤워하리라 다짐하게 되는 답.


요즘 아이는 유튜브를 참 좋아한다. 그날의 할일을 모두 마치고 나면 유튜브를 일정 시간 볼 수 있게 해주는데, 고른다는 것이 항상 또래의 다른 아이들이 놀고 있는 유튜브다. 다이어리를 꾸미는 영상을 한참 보더니 아이는 자신의 수첩을 찾아 온다. 나도 다이어리 꾸밀 거야! 그리고 나에게 ‘늘, 를, 줬다’ 어떻게 쓰는지 알려줘 엄마. 하더니 조용히 꼼지락거린 후 이런 문장을 써두었다. “오늘 엄마아빠가 나를 사랑해줬다” 나는 앞으로 이 문장을 얼마나 자주 꺼내어 보게 될까. 내가 쓰지 않던 색깔로 나의 세상을 채워주고 있는 아이.


나도 어릴적 내가 기억하던 안전하고 따뜻한 색감이 되어 주고 싶었는데, 자꾸 아이가 나에게 그런 색이 되어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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