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우리 모두가 지켜야 한다
우리 집에 가서 놀자!
초등학교 때 정말 많이 하던 말이었다. 학교가 끝이 나자마자 오늘은 누구 집에서 뭐하고 놀까? 는 정말 나에게 매일 숙제 같은 행복한 고민이었다. 누군가의 집으로 가면, 우리 집과는 다른 것들로 가득 차있고, 그것을 보는 게 그저 재미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초등학교 때 ‘집’은 그저 나에게는 편한 곳, 친구들과 노는 곳, 가족과 함께 많은 일들을 하는 일상적인 곳이었다. 하지만, 그 반대로 누군가에게 집은 힘든 고민이고 숙제이고 아픈 곳이다. 그 아이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이자 2016년 최고의 화제작 <우리들>로 영화계의 새로운 여름 세상을 만들어낸 윤가은 감독님의 신작 <우리집>을 개봉을 하자마자 관람하고 왔다.
- 밝고 애틋한 만큼, 더욱 아프고 아렸다
역시 <우리들>을 볼 때와 마찬가지로 보는 내내 슬픈 웃음이 계속해서 나왔다. 아이들의 귀엽고 순수한 모습에 계속 웃음이 나왔지만, 그 끝은 슬프고 아련하다고 할까. 영화 속 아이들도 해맑게 웃고 있지만 웃는 게 아닌 것 같았다. 잦은 이사와 부모님의 다툼, 영화 속에 나오는 모든 장면은 아니어도 어릴 적 나의 상황과 비슷한 부분이 많았다. 어쩌면 우리 모두 다 한 번쯤은 거쳐 왔을 아픈 기억들이다. 지금 와서 이런 감정들을 영화에서 다시 보고 느끼니 어릴 적의 나와 다시 마주한다는 기분이었다. 슬펐지만 정말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다. 역시 이 정도 되면 윤가은 감독님은 어릴 적 내 기억과 감정들을 그대로 꺼내와 지금의 감정들과 휘젓는 심령술사 아닌가 하하. 영화 속에서 날은 계속 더운데, 아이들은 계속 지치고 힘들다. 빨리 시원하게 마음 편하게 여름을 즐겼으면 좋겠지만, 아이들이 간절히 원하고 기댈 수 있는 ‘집’은 계속 멀어져 갔다.
- 아이들의 섬세한 시선과 감정을 하나하나 짚다
우리가 어릴 때 아니면 지금도 아프고 열이 나면 부모님에게 가서 이마를 만져달라고 한다. 이 영화가 주는 느낌이 바로 그렇다. 우리가 어린 시절 느낀 작고 희미한 감정 그리고 물건이라도 윤가은 감독은 놓치지 않았다. 스포일러라 정확히 다는 이야기할 수 없지만 체해서 바늘로 작은 손을 따는 장면이나 서툰 손으로 작은 요리라도 하나하나 해보는 장면 등 모든 게 다 커 보이는 세상에 한 발짝 다가가는 설렘과 두려움을 잘 표현했다. 반면, 부모님의 눈치를 보는 장면이나 자신의 속마음을 말하는 것을 머뭇거리는 등 불안하고 떨리는 마음들도 꼭꼭 짚고 넘어간다. 마치 아이들이 ‘유리’ 같다고 생각했다. 햇빛에 비치면 정말 눈이 부시게 빛나지만, 그만큼 조심스러워 모든 것이 다 신선하고 새로운, 엄청난 자극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윤가은 감독은 이런 점을 마치 이마를 짚는 부모님의 마음으로 하나하나 짚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놀랐던 게 예쁘고 아기자기한 책을 만드는 하나의 모습 그리고 귀여운 박스를 모으는 유미의 모습이다. 나도 그런 적이 있기에 더욱 반갑고 행복했다.
- 우리에게 집은 무엇인가?
영화를 보고 나서 가장 먼저 떠올랐던 질문이다. 우리에게 집은 과연 무엇일까. 아까 소개 글처럼 편하고 아늑한 공간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집의 가장 중요한 의미는 그 유년기의 감정과 성장 그리고 연대의 테두리이다. 우리 인생에 있어 일차원적인 공간이자 성장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공간인 ‘집’은 함께하고 나누는 법을 배우기도 하고 누군가와 소통하는 법을 배우는 공간이다. 이런 중요한 ‘집’이 아이들에게 상처로 남는다는 것은 너무나도 안타까운 일이다. 예쁜 박스를 모으는 유미는 그 속에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과 외로움을 담고, 아기자기한 요리 책을 만드는 하나는 그 속에 가족의 화목을 담는다. 계속 밥을 먹자고 외치는 ‘하나’, 밥을 먹으려면 온 가족이 모여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른들은 그 모습과 의미를 어린아이들만의 세계 속에 가두어버린다. 아이들이 그 속에 어떤 큰 의미를 담고 있는지 들으려고 하지 않고. 누군가와 소통을 하고 배우는 곳, 즉 아이들이 자라나는 곳은 바로 ‘집’이다. 집을 지키는 것은 누구인가? 우리 모두가 지켜야 한다. 어른부터 시작해서 아이까지, 모두가 함께 하며 만들어가야 하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