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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린티 Greentea Oct 24. 2019

왕은 고독하다, <더 킹 : 헨리 5세>

전쟁 서사의 탈을 쓴 성장과 교훈의 연대기


티모시 샬라메의 내한으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공개 전부터 이미 화제가 된 <더 킹 : 헨리 5세>를 개봉날 바로 만나고 왔다. 일주일 가량 뒤 넷플릭스에 공개가 되지만, 극장에서 보는 것과는 다른 느낌일 것 같다고 예상했었고 그 예상은 아주 적절히 들어맞았다.



<더 킹 : 헨리 5세>는 15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하며, 혼란스러운 내전과 갑작스러운 왕의 죽음으로 왕위에 오르게 된 철부지 왕자 '할'이 헨리 5세가 되면서, 주변의 시선을 내딛고 프랑스와의 전쟁을 치르는 이야기이다. 스토리라인 자체는 흥미로운 감이 있다. 하지만, 영화를 막상 들여다보면 대체적으로 영화는 이 흥미를 대중이 장르로부터 기대하는 방식으로만 마냥 풀어나가는 것만은 아니었다.



화려한 액션, 빠르고 확실한 전개, 배우들의 연기는 대개 전쟁 영화에서 대중이 기대할 수 있는 요소들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더 킹 : 헨리 5세>는 이 레퍼토리와는 다소 다르다. 전쟁 영화의 기존 형식은 살짝 유지한 채, 주요 핵심은 인물과 전쟁의 전략에 두었다. 철부지 왕자 '할'이 왕위에 오르게 되면서 느끼는 감정들,  그리고 주변에 득실대는 음모의 시선들에 맞서며 철부지 '할'이 근엄한 헨리 5세가 되어가는 과정의 모습을 하나하나 잘 살려냈다. 또한, 전쟁의 웅장한 전투 신과 화려한 액션 대신 전쟁을 맞이하는 인물들의 심리와 전쟁의 전략과 상대방의 행동반경을 예측하는 등 전쟁의 실질적인 바탕이 되는 과정들을 묵묵하게 짚고 있다.



이 영화에서 전달하려는 것은 전쟁의 상황 혹은 헨리 5세의 전체적인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영화의 후반부에 다다를수록 메시지가 점점 뚜렷해지기 시작한다. 왕은 고독하다. 왕은 오로지 믿음 하나로 베팅을 해야 한다. 그것은 마치 위태로운 외나무다리를 건너는 것과 같다. 간절하게 진실을 필요로 하지만, 아무도 그 진실을 알려주지 않는다. 고독한 길을 홀로 걸어가야만 한다. 헨리 5세를 통해 알 수 있다. 믿음은 한 사람의 일방적인 베팅이라는 것 그리고 진실은 어디서나 고독하다는 것을. 개인적으로 생각보다 교훈적인 메시지를 얻어 갈 수 있었다.



전쟁이라는 소재를 웅장하고 화려하게 풀어낸 영화이기보다 한 사람의 성장기 그리고 담백한 전쟁 심리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극장에서 보기보다 넷플릭스용 영화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만큼 오히려 더 많은 집중력을 요구하기 때문에 극장에서 보는 것을 추천한다. 그리고 후반부의 전쟁신은 극장에서 꼭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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