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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린티 Greentea Dec 07. 2019

감정의 진득함을 닦아내는 느리고 아름다운 과정

이별의 이정표와 감정의 이정표는 다르다, 영화 <결혼 이야기>


<결혼 이야기>는 사실 상 이혼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그 과정을 유쾌하고 따뜻하게 그려내고 있다. 이혼이지만 어떻게 따뜻하게 그려내고 있단 말인가. 그 이유는 ‘이혼’의 건조한 과정 그 자체만 그리기에 급급 했다기보다, 그 과정 속에서 느끼는 등장인물 니콜과 찰리의 감정을 생생히 살려냈기 때문이다. 사람은 감정을 비롯한 모든 것을 깔끔하게 끊어내는 기계가 아니기에, 그 과정 속에서 느끼는 희로애락이 매우 설득력이 있었다. 또한, 극 중에서 벌어지는 사소한 일상들의 유쾌함과 가족의 따뜻함을 통해서 정말 이혼 소송과 그어진 경계선의 차가운 감정만 다루는 <이혼 이야기>가 아닌 진짜 <결혼 이야기>, 즉 두 사람이 ‘사랑’을 통해 관계를 형성하고 평생을 약속하고, 결혼을 하게 되면서 만들어진 단단한 끈을 다시 천천히 풀어내는 과정을 섬세하고 아름답게 그려냈다.



<결혼 이야기>에서 가장 중요한 특징은 바로 ‘이다.   니콜과 찰리는 같은 극단의 배우와 감독의 관계로 등장한다. 그만큼 연극, 영화  ‘예술이라는 비슷한 직종에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서로가 지향하는 목표점도 비슷할 수밖에 없고 자연스럽게 경쟁의 관계로 변하기에 좋은 위치에 있다. ‘꿈과 사랑’ ‘비즈니스와 사랑  가지 관계를 그려냈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는 영화 <라라랜드> 생각이 났다. LA에서 펼쳐지는 남녀의 꿈과 사랑을 얘기하는 동시에   가지 사이에서 갈등하는 과정을 그려낸 영화이다. 비슷하게 <결혼 이야기> <라라랜드>처럼 서로가 서로에게 느끼는 감정을 ‘사랑이라고 얘기를 하고 있다. 하지만, 부부라는 관계에서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과 감독과 배우의 관계에서 오는 시선의 괴리가 ‘사랑이라는 감정의 명백함을 흐트러뜨린다. 모든 사람이  사랑을 이런 관계에서 시작하는 것은 절대 아니지만,  과정에서 그리고 있는 서로에 대한 이해와 배려,  소통의 중요성은 매우 보편적이다.



<결혼 이야기>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배우인 스칼렛 요한슨과 아담 드라이버가 출연한다고 해서 더욱더 기대를 했던 영화이다. 하지만 사실,  배우 모두 대중적으로  알려진 이미지와 톤이 있기 때문에 이혼을 앞두고 있는 부부의 역할을  소화할  있을지, 보면서 이질감이 들지는 않을지 걱정도 앞서는 영화였다. 그리고  걱정은 영화의 오프닝 때부터 완전히 사라졌다. 스칼렛 요한슨의 ‘내유외강그리고 아담 드라이버의 ‘외유내강 조화,   배우의 따뜻함과 차가움의 조화는 알게 모르게 묘한 이끌림과 묵직한 설득력이 있었다. 이는    도시의 특징에서도 나타났다.  중에서 니콜 (스칼렛 요한슨) LA, 찰리 (아담 드라이버) 뉴욕을 대표하는 인물로   있다. LA 자유로움과 광활함은 니콜의 내면을, 뉴욕의 촘촘함과 일정함은 찰리의 내면을  나타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인물의 실루엣을 활용한 영화 포스터도 이를  표현하고 있지 않나 싶다.



결론적으로, <결혼 이야기> 단순히 부부클리닉보다 사람의 ‘감정 대해서 얘기하고 있는 영화라고 느껴진다. 사람의 감정체계란 복잡하고 한편으로는 무섭다. 사랑과 희망이라는 강력한 감정에 빠져 완전히 마음속에 자리를 잡았다가도, 이내  사이에서 일어난 갈등으로 인해 되돌아올  없는 이별이라는 여정의 이정표를 찍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정표를 찍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기계처럼 완전히 0% 감정을 비워내지는 못한다. 그동안 함께 쌓아온 복잡한 실타래와도 같은  감정의 진득함과 섬세함을 단번에 풀어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과정을  영화는  알고 있고, 냉정하기보다 따뜻하게 그려내고 있다. 서로에게 전부였던 ‘진심 어느새 차가운 소유물이 되었을 , 사소한 행동 하나가 무기가  , 함께 마음을 맞춰왔던 과정 하나하나가 날카로운 이해관계로 변해갈 때도 ‘감정 계속해서 쌓여가고 있다.  진득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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