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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린티 Greentea Dec 27. 2019

우리의 눈은 거짓말하지 않는다

시선과 마음이 같은 방향을 향할 때 마침내 완성되는 그림, 사랑


제72회  영화제에서 각본상을 비롯해 2관왕을 수상하고 각종 시상식을 뒤흔든 화제작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CGV 컬처데이 쇼케이스로 미리 만나고 왔다. 국내 정식 개봉일은 2020 1 16일이니 참고하기를 바란다. 영화제와 프리미어 행사로 먼저 관람을  관객분들이 거의 만장일치로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주어서 개봉 전부터 명성이 아주 자자했다. 그렇기 때문에 기대를  하고   없는 작품이었고 역시 영화는  기대를 현실로 바꿔주었다.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화가 마리안느가 원치 않는 결혼을 앞둔 귀족 아가씨 엘로이즈의 결혼 초상화 의뢰를 받게 되면서   없는 감정에 휩싸이게 되고,  후에 벌어지는 일을 다룬 작품이다.  영화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요소는 제목에서도   있다시피, 바로 '그림'이다. 사실 평소에 '그림' 그리고 감상하는 행위 자체가 간단하고 명료한 행위라고 생각했었다.  앞에 있는 것들을 눈으로 보고 손으로 표현하면 되는 것이기 때문에 많은 감정이 필요하지도 않고 날카로운 눈만 있으면 정확하게 성립되는 이성적인 행위라고 느꼈었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생각은 완전히 뒤바뀌었다.



영화에서 마리안느가 화가로 등장하기 때문에, 당연히 마리안느가 엘로이즈를 바라보는 시선으로 진행이 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 바라보는 사람과 그려지는 사람의 구도를 확실히 파악할  있는데, 영화에서는  구도 자체를 여백으로 비워둔다. 아무런 대사와 배경음악이 없는  행위 자체를 바라보는 관객들은 본능적으로  여백을 '감정'으로 채우기 시작한다. 서로가 서로를 마주 보고 있고  사람은 손으로,  사람은 온몸으로 서로를 맞대는   인물 사이에는 어떤 감정이 피어나고 있을까. 자신도 모르게 마음속에서 단번에 끓어오르는  감정, 그것이 정답이다.



그림을 그리려면  모델의 눈, 코, 입부터 귓불의 모양, 아주 조그맣게 삐져나온 머리카락까지  사람에 대한 세심한 요소들을 파악해야 한다. 그러므로  모델에 대한 섬세하고 자세한 감정을 가질수록, 더욱더 아름다운 그림이 나온다. 이렇게 '그림' 그리는 행위는 마치 사랑의 체계와 닮아있다. 사랑이라는 감정에 빠졌을 , 우리는  이상 상대방을 이성의 눈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감성의 눈으로 바라보며, 나에게 다가오는 상대방의 모든 느낌들을 마음으로 그린다. 결국,  영화는 그림을 다루고 있지만 돌이켜보면 사랑에 관해 다루고 있는 것이다.



전체적으로 영화를 곱씹어보면 마치 부드러운 털을 만지는  같다. 감정을 천천히 쓸어 올리고 천천히 내리면서 영화에서 전하고자 하는 감정들을 단번에  컷에서 전하지 않는다.  감정을 수많은 장면들로 나누어서 천천히 타오르게 한다. 그리고 이내 활활 타오르는 영화  감정들을 어떻게 느끼고 받아들이는지는 관객의 몫으로 남겨둔다. 이런 영화와 관객의 대화방식도 마치 그림을 보는 방식과 유사하다고 느껴진다.



'그림' 중점적으로 다루는 장면을 벗어나 다른 장면에서도,  장면 하나하나가 모두 마치 그림 같다. 정말, '그림' 다루고 있는 영화라서 이렇게 말을 하는 것이 아니다. 솔직하게 정말 모든 장면들이 아름답다.  장면을 무작위로 골라서 캡처를 해서 이름을 붙여도 어딘가에 위치한 갤러리에 전시가 되어 있을  같은 느낌이랄까. 그만큼 여러 측면에서 우아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어떤 방식으로 받아들이든, 영화를 보고  다음  가지는 확실할 것이다. 우리의 시선과 마음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 우리의 눈은 거짓말하지 않는다. 우리의 마음속 모든 감정들을 긁어내 비춰준다.

후회하지 말고, 기억해. /  P.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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