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을 몇 시로 예약할지 당일에 고민하므로, 예약 자리가 많이 남아있는 쪽이 마음이 편하다.
최근 회사 시스템이 바뀌어 야근을 하려면 당일 6시 이전에 결재를 올려야 하고, 주 52시간 이상 근무가 될 것 같다면, 2주 전에 미리 탄력근무 신청을 해야 한다. 근로자의 과도한 근무를 막기 위해서라는 취지는 잘 알겠고, 그에 따르는 여러 변화 중 장점도 있었다. 하지만 역시 미리미리 '계획'하는 데에 부담감을 느꼈다. 탄력근무를 신청할 때는 생각에 생각을 거듭했다. 다행히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그마저도 적응이 된 것 같긴 하다.
벌써 오래전 이야기가 되어버렸지만, 처음 취직에 성공해 상경이 결정되었을 때, 혼자서 집 걱정을 했다. 사회초년생이었던 내가 결정할 수 있을 리는 만무할 터. 친했던 언니가 서울로 이직을 하게 되면서, 같이 살자고 했던 게 몇 개월 전이라 연락을 해보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역시 '서울의 집'이라는 게 '돈'이 드는 문제였음에도 대출, 이자와 같은 개념과 가깝지도 않은 주제에 그 당시의 나는 너무 쉽게 생각했었다. 이제 와서 돌아보면, '그때 내가 어리긴 어렸다, 너무 쉽게 생각했다'라고 자조 섞인 말로 스스로를 탓하게 되는 것 같다. 어쨌든 부모님께 상담 후, 엄마가 서울 이모에게 연락하여 서울 이모 댁에서 지내는 것으로 빠르게 결정되었다. 애초에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일은 주위의 도움을 구하는 방법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취업을 한 후, 처음 '내일 배움 카드'의 존재에 대해 알게 되었다. 존재를 알고, 사이트에 들어가 강의를 검색해 본 적이 있었고, 회원가입을 하기도 했다. 제도의 존재를 인지한 지 어언 8년째, 드디어 카드를 발급받고, 강의를 신청했다.
지금까지 ‘야근을 할 수도 있으니까, 회사 근처나 집 근처에는 학원이 없으니까’라는 핑계를 댔던 나의 과거를 후회한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걸렸더라도 지금이라도 신청해준 나를 칭찬한다.
애초에 신청까지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게 결정장애로 포장한 귀차니즘이 큰 몫을 했겠지만 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신청하는 과정에서도 강의 검색 후 한참을 고민했다. 듣고 싶은 강의를 고르고, 위치를 추리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 오늘 드디어 고민 끝에 한 군데에 전화를 했다. 내가 신청하고 싶은 강의는 신청자 저조로 폐강될 것이라는 것과 나에게 맞는 새로운 강의를 추천해 주겠다는 것, 그 강의가 비대면 강의도 있다는 사실이었다. 전화 이후 일사천리로 진행되어 신청서 작성, 사이트상에서 신청, 결제까지 한 번에 끝마쳤다. 어차피 고민할 필요가 없었던 부분이 많았으므로, 혼자 고민하지 말고, 조금이라도 빨리 실행으로 옮기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편이 좋았겠다고 생각했다. (P.S. '비대면 강의‘ 존재는 신세계였다. 위치로 고민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역시 혼자 살 수 없는 세상이니까.
‘같이 묻어가려면, 주위 사람들에게 잘해야지.’라는 긍정의 다짐을 다시 하게 된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