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의 슬픔과 기쁨

역시 혼자 살 수 없는 세상이잖아요

by 녹차맛아이스크림

같이 여행 다닐 정도로 친하다고 생각했던 직장 동료와 어느 순간 갑자기 멀어졌다고 느끼는 순간들이 많아졌다. 점심을 같이 먹지 않게 된 것도 그렇지만, 연차/반차를 쓴 경우에도, 말없이 사라지는 것을 보며, 그런 감정이 더 고조되었다.

‘자발적 고립에 빠지려는 것일까, 자기만의 시간이 필요한 것일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MBTI가 I로 시작하는 나는, 대화가 끊기는 순간, 속으로 ‘무슨 말을 하지? 할 말이 없는데...’라는 문장이 맴돈다.(중학교 때 별명이 '수다'였던 적도 있었는데 나이를 먹을수록 말수가 없어지는 건가) ‘누군가 대화의 소재를 꺼내 줘’를 외치며, 머릿속으로 내뱉을 말을 찾아 헤맨다. 그래도 친하다고 생각했던 동료들에게는 나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많이 하는 편이었고, 술 한잔을 하면서는 가족들 이야기도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상대가 자기 얘기를 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난 후에는 개인적인 이야기는 가급적 피하게 된 것 같다.

과거 같이 여행을 다녔던 또 다른 직장 동료는 근무시간에 수다 시간을 만들어 주며, 고맙게도 숨통을 틔워주곤 했지만, 너무나도 바쁜 그는 어느샌가 멀어져 버리고 말았다.

이런 생각이 계속 든다는 것은 그 인간관계의 간극이 벌어지는 것을 막고 싶은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회사가 놀러 오는 곳은 아니라지만, 오고 가는 안부인사와 근무시간 중의 가끔의 수다가 직장생활을 더 활기 넘치게 해주는 건 사실인 것 같다.

물론 나는 다른 동료들과 점심을 같이 먹고, 이야기를 나누지만, 뭔가 아쉽고 서글픈 느낌은 지울 수 없다. 같이 해온 시간들과 같이 나눠온 이야기들이 단단한 포장지에 싸여 어딘가의 서랍 깊숙이 가버린 느낌이었다.

적정온도의 인간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살가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단순한 문장이라고 해도, 따뜻함을 담은 마음이 있다면 말이다. 그리고 관계의 유지를 위해서는 쌍방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상대에게 다가가고자 하는 마음이 없다면, 그 사이의 끈이 얇아질 수밖에. 결혼 후, 출산 후에는 그런 현상이 더 고조된다고 하던데 훗날 나의 모습은 어떠할까. 더 상처받으려나 아니면 학습하고 익숙해져 기대하지 않고 적정한 선을 유지하며 관계를 이어나가고 있으려나. 어쨌든 마음을 통했던 사람들과는 계속 관계를 유지하고 싶은 욕심이 난다.

예전에는 당연히 퇴사를 하게 되더라도 친밀한 관계를 유지할 것임을 의심하지 않았으나 이제는 의문이 든다. 기대하지 않으면 실망도 없기에 사회에서 만난 사람과의 관계가 그렇지 뭐라고 치부해 버려야 하는 것일까. 그래도 인간관계는 양보다는 질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서글픈 마음을 안고, 내가 한 발작 다가가 보려 한다. 박원&수지의 ‘기다리지 말아요’가 생각나는 저녁이다.(연인의 연락을 기다리지 말고 먼저 연락하라는 가사의 노래이다. 나의 경우 연인이 아닌 친구, 지인 간의 관계이지만 말하고자 하는 큰 흐름은 같다)


(얼마 후)

위의 글을 쓴 게 대략 한두 달 전쯤이다. 지금은 그런 감정이 많이 얕아질 만큼 마음도 관계도 안정되었다. 아마 관계의 회복, 마음의 확인이 어느 정도 되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역시 혼자 살 수 없는 세상이잖아요. 앞으로도 잘 부탁드니다.

한라봉이 하나 있는 것보다 둘인 편이, 셋인 편이 더 이쁘잖아요. 외로워 보이지도 않고 ^^

keyword
작가의 이전글잃고 나서야 깨닫는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