띠디디디디~
알람 소리에 맞춰 겨우 눈뜨고,
언제 아침밥 차려서, 언제 먹고, 언제 설거지 해 놓고 나가나 싶어 밥을 건너뛰고 싶지만 나만 보고 있는 입을 보면 굶을 수도 없고,
지옥철에 끼여 출근하고,
일하다가 영혼이 탈탈 털리고,
몸과 마음이 너덜너덜해진 상태로 퇴근하고,
박봉에 외식만 할 수 없어 저녁 반찬용 채소와 고기를 사고,
배고파 죽겠는 상태로 가족들 먹을 음식재료들을 씻고 다듬어서 지지고 볶은 뒤 후다닥 먹고 나면 쌓인 설거지가 한가득인데 안 할 수도 없고,
먼지구댕이인 집을 구석구석 쓸고 닦고,
옷가지 벗어놓은 것 주워다가 세탁기 돌리고,
건조대에 걸려 있는 것 개서 옷장에 넣어 놓으면,
내 몸뚱이 씻을 기력도 없다.
어릴 땐 피곤에 쩔어 짜증이 난 상태로 집으로 오면 저녁밥 먹으라는 엄마에게 "아~안 먹는다고! 말 걸지 말라고!" 소리 지르곤 방문 쾅~닫고 내 방으로 들어가선 아무렇게나 옷을 벗어던져 놓고 자빠져 잤다가 다음날 옷장에 다림질되어 있는 옷 챙겨 입고 엄마가 차려 준 내가 좋아하는 미역국에 계란말이를 아침밥으로 먹은 뒤 화장 곱게 하고 친구 만나러 나갔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