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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뽀닥 Sep 09. 2021

나는 ‘할머니표 꽃무늬 내복’에 진심이다


내복을 좋아한다. 봄에 입을 7 소매의 얇은 내복부터 한겨울에 입을 솜이 들어간 내복까지, 다양하게 가지고 있다. 그중에 가장 좋아하는 것은 겨울 내복이다. ‘히트텍이라 불리는 얇고 몸에  달라붙는 그런  말고 ‘보온메리라고 불렸던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입으실만한 솜이 들어간  두툼~ 내복 말이다.

두툼해서 내복만 입고 있어도 따뜻하고, 면이라 피부에도 부담도 없다. 무엇보다 세탁을 하면 할수록 헤져서 보슬보슬해지는 그 촉감이 너무 좋다. 덕분에 할아버지, 할머니표 두툼한 내복은 신혼시절부터 지금까지 남편과 나의 겨울 홈웨어다. 내것은 자잘한 꽃무늬가 있는 핑크색에 목과 소매 부분에 레이스가 덧대어 있어 귀여움이 강조된 것이고, 남편 것은 다이아몬드 박음질이 되어 있는 진한 회색으로 시크함이 드러난다.

친한 언니들과의 모임에서 우리 부부의 겨울 홈웨어는 내복이라 말했더니 “남매냐?”라는 말을 들었다. 우리 집에 놀러 온 손위 시누이가 *폼클렌징도, 린스도, 바디워시도 없이 비누와 샴푸로만 생활하는 욕실을 보고 ‘형제냐?”라고 한 것보단 나았기 때문에 웃어넘겼다.

지금 입고 있는 내복이 많이 헤져서 작년 겨울 내복을 사러 돌아다녔는데 두툼한 내복을 찾지 못했다. 몸매가 드러나는 얇은 내복뿐이었다. 내복점 사장님께 누비이불 같은 두꺼운 할머니표 내복은 없는지 물어봤더니 찾는 사람이 없어서 팔지 않는다고 말씀하셨다. 무척 아쉽다. 한치수  넉넉하게 두꺼운 내복은 배기는  하나 없이 입은   입은  편안하고 몸매가 드러나지 않아서 얼마든지 퍼져 있을  있다. 엉덩이가 쳐진 것인지, 내복 바지가 늘어진 것인지 만져보지 않으면 아무도   없다. 그런 내복을 입고 집에서 늘어져 있는 기쁨을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집은 퍼져있어야 하는 공간이니까 말이다.


히트텍 말고 보온메리, 두툼한 보온메리를 올 겨울에는 기필코 찾아야 할 텐데…. 아침저녁으로 꽤 쌀쌀한 바람이 불어오니 벌써 걱정이다.





*지금은 폼클렌징으로 저녁 세안을 합니다. 하지만 사놓은 것을 다 쓰면 다시 안 살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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