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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뽀닥 Nov 16. 2021

땅에 떨어진 새끼 새. 그 새가 나를 살렸습니다.

출근하던 시절의 얘기입니다.

무표정한 표정으로 지하철역을 향해 묵묵히 걸어가고 있던 아침이었지요. 무념무상의 상태로 기계적으로 걷다가 순간 발밑에 있는 작은 새를 발견하고 ‘허억’하고 놀라는 동시에 오른발을 잽싸게 옆으로 디뎠습니다. 참새보다 약간 더 큰, 출신을 알 수 없는 여하튼 솜털 보송보송한 새끼 새였습니다. 근처 가로수에 터를 잡으신 어떤 새의 새집에서 낙하하신 것이 아닐까 추정이 되었지요. 저는 울지도 않고 가만히 앉아있는 새끼 새를 잠깐 살펴보곤 살포시 옆으로 돌아서 지하철역을 향해 다시 걷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걱정이 되더라고요. 조상이 도시에서 나고 자란 새인지 그 새끼 새의 털 색깔은 보도블록과 완벽한 보호색을 이루어 눈에 잘 띄지 않았거든요. 목적지인 지하철역을 제외하곤 눈에 보이는 것이 없는 무념무상의 아침 출근길의 수많은 직장러들의 발에 의도치 않게 밟히기 딱 좋을 색깔이더란 말입니다. 저는 피했지만 제 뒤에 오는 누군가의 발에 밟힌다면? 차인다면? 크흑… 상상만 해도 새끼 새와 사람, 둘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저는 다시 돌아가서 가만히 앉아있는 새끼 새를 움켜… 아니 살포시 쥐었습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새를 쥐어봤어요. 생각보다 엄청 보드라웠고, 가벼웠고, 엄청 시끄러웠습니다. 제가 잡자마자 새끼 새는 도시가 떠나가라 울어재끼더군요.

“동네 새들아~이것 보시오! 이 여자가 나 잡아가네, 나 죽네~죽어! 도움!! 도움!!!”

뭐~이런 느낌이었습니다. 저는 어미새가 어딘가에서 날아와서 내 머리를 쪼아댈까 봐 진짜 쫄렸습니다. 목을 잔뜩 움츠리곤 새끼 새를 바로 옆에 있는 나무 가지에 올려놨지요. 올려놨는데도 계속 울더라고요. 어찌 되었든 사람 발에 밟힐 걱정은 한시름 덜었으니 저는 제 할 일 했다고 생각하고 시끄러운 그 녀석을 뒤로하고 지하철 역으로 향했습니다. 어미새가 날아와서 새끼 새를 챙겨갔을지 어땠는지 그 이후는 모릅니다만 저는 그날  제가 참 좋은 일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위험에 처한 약자를 도왔으니까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합니다. 약자를 도운 용기 있는 행동은 저를 참 괜찮은 사람이라 여기게 해 줬습니다.

이 경험은 5~6년 전의 일인데도 불구하고 아직도 문득문득 생각이 납니다. 그리곤 스스로 뿌듯해하지요. 나는 참 괜찮은 사람이야~하면서요. 괜찮은 사람이 아닐지도 몰라라며 자괴감이 들 때 새끼 새를 생각합니다. 그 작은 새는 저의 인간성을 되살려줍니다. 앞으로도 문득문득 기억이 나겠지요. 피 흘리며 쓰러져있을 때 그 새가 꾸준히 나를 살려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나도 좋은 사람이었다는 증거물 1호로 말입니다.






*혹시 새박사님이 지금 제 글을 읽으시곤 ‘어허~그 자리 그대로 뒀어야 하는데! 사람 손 타서 그 새끼 새는 그날로 유명을 달리했어!! 쯧쯧~’라고 하신다면 곤란합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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