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로 행복할 때 불행을 예감하지 말란 말이에요

by 뽀닥


"이 행복!"


오래전 ‘동부생명’의 텔레비전 광고 중에 이런 내용이 있었습니다.

광고의 남자 배우는 그 옛날 ‘허준’ 역으로 유명하셨던 배우 전광렬 님이셨고요, 설정은 ‘매우 평화로워 보이는 집안의 거실에서 아빠는 어린 딸을 목마 태우고 까르르~거리며 논다’였습니다. 그렇게 아이와 아빠는 까르르~거리며 즐겁게 놀다가 갑자기 전광렬 님이 ‘이 행복…’하며 순식간에 근심 어린 표정으로 바뀌어버립니다. 아마도 행복할 때 본인에게 닥칠 불행을 상상하며 남겨진 가족들은 어떡하지라는 그 걱정을 하나 본데 ‘동부생명’ 보험을 가입하는 걸로 그 걱정을 털어내자라는 것이 광고의 콘셉트이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광고를 보면서 '저 집 아빠도 드럽게 걱정 많은 사람이네'라며 광고의 콘셉트와는 무관하게 실컷 비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아이들과 깔깔거리며 웃으며 최고로 행복한 이 순간 언제 닥칠지 모르는 불행을 생각하다니요? 지금 현재를 온전히 즐기지 못하고 행복에서도 불안함을 느끼며 불행을 예감하는 사람이라니, 비웃음을 살만하지 않습니까? 고작 15초의 광고를 보며 사람을 한순간에 매도하냐고 말씀하실 수 있으시겠지만 저는 저런 종류의 사람을 잘 압니다. 잘 알고 말고요.


그렇습니다. 제가 바로 그런 종류의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너무 행복하면 오히려 불안합니다. 이것이 행복의 정점일 것이다, 나는 이제 불행해질 일만 남았을 것이다라며 행복 자체를 온전히 즐기지를 못하지요. 행복한 순간에도 불행할 거리를 예감하는 버릇이 있습니다. 안 좋은 일이 있어야 ‘그러면 그렇지’라고 왠지 안심하는 스타일이라고 할까요. 스스로 답답한 성격이라 생각했는데 딱 저 같은 사람의 모습을 광고로 직관하니 더 답답하더라고요. 객관적으로 표현된 제 모습을 본다는 건 참 힘든 일입니다.

그건 오랜 시간 숨겨왔던 모습이었습니다. 사회는 긍정적이고 밝고, 해맑은 사람이 추앙받는 곳이라 생각했습니다. 저처럼 근심, 걱정 많고 부정적인 생각을 잔뜩 하는 사람은 속하기 힘들 거야라며 저를 숨겼습니다. 밝은 척했고, 긍정적인 척했고, 걱정 같은 건 없는 사람인양 오랜 세월을 살았습니다. 알고 보면 작은 일에도 끙끙거리며 걱정을 한가득 하는 성격인데 말이지요. 이런 성격이라고 말하면 다른 사람이 저를 보고 손가락질할 거 같았어요. 저런 작은 일에도 속앓이를 하는 속 좁은 인간이라고요. 속 좁은 인간이 속 넓은 인간 인양 살다 보니 몸과 마음이 삐그덕거리기 시작했습니다. 당연하겠지요? 맞지 않은 옷을 평생 입어 온 셈이니까요. 중년의 문턱을 넘고 나니 겨우 나를 드러낼 수 있었습니다. 중년이란 그런 것입니다. 맞지 않는 옷을 입어도 '젊음의 파워'로 견디던 어린 날과 다르지요. 맞지 않는 못을 입으면 병이 나는 게 중년입니다. 지금 저는 ‘부정적인 생각을 많이 하고, 걱정도 많고, 속도 좁은 사람’이라고 솔직히 말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행복…’하며 남들 다 같이 웃을 때 혼자 걱정하는 성격이라는 것을 드러냈습니다. 남들의 손가락질 걱정에 불편한 옷을 입고 아파하느니 그딴 걱정 접어두고 편한 옷을 입고 건강해지기로 한 것이지요. 아~정말로 편해졌습니다.


물론, 가끔은 예전처럼 치장을 더덕더덕할 때도 있습니다만은, 사람 사는 것이 그런 것입니다. 발가벗고 돌아다닐 수만 없는 것이 사회이지요. 다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후훗~







가능한 발가벗고 돌아다니려고 노력합니다. 그림처럼 전혀 야하지 않다는 게 포인트!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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