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 안산을 오르다
며칠 전 친한 언니와 함께 서대문에 있는 '안산'을 등반했다. 둘레길을 낭창낭창 걸은 뒤 산 중턱에 있는 '무악재'에 도착하자 언니는 하산하기를 원했지만 안 될 말씀이지! 올해부터 열심히 동네 뒷산을 오르내린 덕분에 체력이 남아도는 내가 봉수대까지 가자고 우겼다. "아~힘두러어~~" 콧소리를 내는 언니를 향해 주변에 계시던 등산러들이 "여기까지 오셨으면 봉수대까지 가 보셔야지요." 라며 세상 친절한 미소로 압박 비슷한 말씀을 하셨다. 무척 감사했다. 압박에 약한 언니는 티셔츠를 훌러덩 벗고 반팔 차림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정상까지 생각보다 힘들지 않았다. '데크길러버'인 언니도 쉴 새 없이 말하면서 오를 정도니 난도가 높은 산은 아닌 것 같다. 금방 봉수대에 도착했다. 서울이 발아래에 있다. 아! 시원해! 어릴 때 배웠지만 잊고 지낸 '호연지기'가 절로 떠올랐다.
하산하고 오랜만에 고생 한 관절을 위해 도가니탕을 먹어주고 입가심으로 커피를 마시러 갔다.
"나는 일확천금의 꿈이 있어, 언니."
언니는 커피를 뿜었다.
테이블 위의 커피를 닦아내며 진지하게 말했다.
"진짜라니까! 내가 비록 지금은 백수지만 이모티콘이나 천만 작가로 대박 나서 10억까지는 좀 무리인 거 같고, 5억은 벌 것 같아. 한... 1년 안에?"
더 이상 커피를 뿜지 않는 언니가 말했다.
"사실, 나는 내가 안 사서 그렇지 사기만 하면 꼭 로또에 당첨될 거 같거든? 그래서 나 얼마 전부터 로또 사기 시작했잖아. 한 달에 2만 원씩."
"글치글치. 안 사서 그렇지 사면되겠지. 나도 안 해서 그렇지 하기만 하면 될 거라니까."
서대문 형무소 근처 커피숍에서 우리는 각자의 '호연지기'를 떠벌렸다.
독립문에 햇살이 가득했다. 호연지기를 품었던 열사들이 몇십 년 전에 여기 계셨다.
홍제역에서 버스 타고 '서대문구청'역에서 내렸어요. 구청을 마주 보고 왼쪽 길로 올라갔답니다.
데크길이 잘 되어있어서 등산 말고 슬슬 산책하셔도 무척 좋을 것 같아요.
무악재에서 정상까지 올라가는 길은 생각보다 힘들지 않았어요. 거리도 가까웠고요.
하산은 '독립문'역 쪽으로 했는데 바위길이 있어서 당황했답니다. 밧줄 잡고 낑낑거리며 내려왔어요. 여기가 제일 무서웠음. 이 길로 올라왔으면 정말 힘들 뻔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