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에 바람 넣고
허파에 바람 들고
바람을 피우고
이 중에 바람피우는 것이 가장 큰 일인데... 일개 개인이 바람을 피우게 할 정도면 도대체 얼마나 큰 에너지가 사용된다는 것이냐. 이런 거대한 에너지를 사용하고도 긍정적인 표현으로 사용되지 않는다는 것은 대부분 결과가 바람직하지 못하게 끝나서 그런 것 같다. 허파에 바람이 들었다는 말도 부정적으로 사용되는 표현 같고, 긍정적으로 사용되는 바람은 콧바람 정도일까.
콧바람 쐴 정도의 친구를 만나고
콧바람 쐴 정도의 취미 생활을 하고
콧바람 쐴 정도의 여유를 가지고 살고….
숨 쉬는 것보다 조금 더 많이 들어오는 양, 우리 인생은 딱 그 정도의 바람이 좋은 것일까?
아마도 콧바람 정도에 만족하는 건 내가 중년이 되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회오리바람을 뚫고 길을 헤쳐나가던 도로시 같던 열정과 체력은 진작 사라졌고, 거센 바람이 나의 모든 것을 앗아가도 아깝지 않다며 바람을 피우기엔 나는 지금 지켜야 할 것이 너무 많다. 감히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하신 윤동주 님과 비교 불가지만 다른 의미로 나 역시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무릎이 시린 중년 아닌가.
그런데 요즘 내가 허파에 바람이 들었다. 서로 등이나 긁어주며 같이 늙어갑시다~라는 심정으로 브런치에 글을 썼는데 쓰다 보니 욕심이 생긴 것이다. 공모전에 당선되고 싶고, 책을 내고 싶고, 책이 잘 팔려서 명함에 '책이잘팔린작가 김뽀닥'이라고 써넣고 싶어졌다. 콧바람에서 끝날 줄 알았는데 어느새 허파까지 바람이 든 것이다. 하지만 허파에 바람이 들지 않으면 어떻게 창작물을 토해내겠는가! 세상의 모든 새로운 것들은 허파에 바람이 든 사람으로부터 나온다. 그러니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원하는 것을 이루지 못해 끝끝내 허파에 바람 든 사람으로 끝나버린다고 하여도, 흐음~나 때문에 피해 보는 사람도 없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