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이 좋으면 결말도 좋지만 충돌의 다른 말은 진정한 아름다움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장 바라는 한 가지가 무엇이냐고 만약 누군가가 내게 묻는다면, 나는 머뭇거리지 않고 평화로운 일상이지 않을까요? 라고 답변할 것이다. 그만큼 현대의 사람들은 누군가가 다른 사람의 일에 참견하거나 끼어드는 것에 대해 매우 민감하다. 오늘 아침에 작은 소동이 있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3층에 사는 ‘김도도’씨와 옆에 사는 ‘건지마’씨가 충돌했기 때문이다. 둘이 충돌한 이유는 딱 한 가지 이유 때문인데 이를 자세히 설명하자면 어렵고 복잡하기 때문에 나는 간단히 ‘일상(daily life)과 패닉(panic)의 충돌’로 정의하고자 한다. 김도도씨는 이름에서 볼 수 있듯이 도도한 사람의 전형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람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 한 가지 주의할 점은 ‘도도하다’라는 단어의 정의다. 일반적으로 ‘도도하다’라는 의미는 대개 부정적으로 비춰진다. 영어사전만 보더라도 그렇다.(haughty, arrogant, proud) 무언가에 가득 차있는 사람, 이것이 도도한 사람에 대해 가지고 있는 우리의 일반적인 정의다. 하지만 내가 말하고자 하는 김도도씨의 도도함은 이런 의미가 아닌 ‘자신만의 기준이 명확하게 있고 그 기준에 따라서 누구보다도 열심히 사는 소시민 중 한 사람’을 의미하는 것이다. 김도도씨가 자신의 이름 때문에 사람들로부터 적지 않게 오해를 받는 것은 사실이지만, 얼핏 보기에 차갑고 냉랭한 그의 얼굴 또한 한 몫 하는 것이 더욱 힘을 실어준다. 그러나 이는 김도도씨의 일상을 모르는 사람들이 그에 대해 단정하는 한 부분에 불과하다. 3년 넘게 그를 지켜본 사람으로서 말하자면 그는 기준이 명확하면서도 자신의 삶을 어느 정도 즐길 줄 아는 재치가 있는, 뛰어난 현실과 유머감각을 지닌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만일 누군가가 “안녕하세요 김도도씨 오늘 하루는 어떠셨어요?”라고 묻는다면 그는 “나쁘지 않죠 천둥이 치지 않았으니까요. 대신 눈이 오긴 했지만요. 천둥보단 눈이 낫지 않나요?”라고 대답할 것이 뻔하다. 만일 당신이 오늘 아침에 김도도씨의 표정을 보았다면 틀림없이 “살다살다 김도도씨가 화를 내는 것을 보다니, 대단한 양반이네!”라고 말했을 것이다. 언제나 온화한 그의 얼굴이 정말 찌그러질대로 찌그러져 차라리 길가에 버려진 깡통의 처지가 더 낫겠다는 생각을 안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아참, 내가 ‘김도도’씨가 어떤 사람인지 여러분에게 설명하느라 하마터면 ‘건지마’씨를 언급하지 못할 뻔 했다. ‘건지마’씨의 나이는 34살이고 키는 대략 175정도 되는 정년 남자로, 가족 없이 혼자 살고 있다. 우리가 건자마씨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이뿐이다. '결혼을 했지만 이혼했다'라든지, '그의 친척이 외국에 살고 있다'라는 식의 소문이 존재하지만 확실한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그를 지칭하는 호칭인데, 그의 이름은 따로 있지만 이웃 사람들이 그를 ‘건지마’라고 부르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가 항상 화가 나 있고, 늘 이웃과 충돌하는 일이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를 아는 사람들은 '절대로 그를 건들지마'라는 의미에서 줄여서 ‘건지마’라는 별명으로 부른다. 생각해보면 우리 빌라가 이렇게 유명해질 수 있었던 것은 모두 건지마씨 덕분이다. 그는 항상 화를 내고 이는 다른 사람과 시비를 붙여 틈만나면 경찰에게 신고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웬만한 경찰들도 건지마씨에 대해 소문을 들어 모르는 사람이 없었고, 신고를 당한 이웃에게 가서 "저 사람은 절대 상대하지 마세요! 건드려 봤자 좋을 게 없거든요!"라고 말하기 바빴다. 건지마 씨에게 고소를 한 사람이 백 명이 넘는다는 소문이 있을 정도로 건지마씨는 주위에 적이 많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 갑자기 건지마씨가 윗층에 올라가 마늘 빻는 소리가 너무 크다며 성을 내는 바람에 이 사단이 나고 만 것이다. ’김도도‘씨가 ’건지마‘씨에 대해 전혀 모르지는 않았기 때문에 잘 마무리가 되는 것 같았으나, 문제는 건지마 씨가 경찰을 부르는 것에서 시작되었다. 나는 이 상황을 여러분에게 어떻게 설명을 해야 될지 적지 않게 고민이 된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이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는 지금, '일종의 냉전체제'라고 해야 될까? 아니면 '남북의 냉랭한 현 정세를 잘 대변해준다'라고 말해도 될지 잘 모르겠다.
어찌됐든 분명한 사실은 ’김도도‘씨와 ’건지마‘씨의 전쟁으로 이들을 제외한 이웃들은 피해를 보게 되었고, 이 전쟁이 언제 끝날지는 나도 확신할 수가 없다는 점이다. 지금이 정오를 앞둔 30분 전인데 현 상황은 잠잠하지만 내일 아침에 다시 재개될지 아니면 주말에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지 장담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사람들이 남에게 큰 관심이 없다는 것은 매우 맞는 말이지만, 자석의 N극과 S극같은 김도도씨와 건지마씨가 존재하는 한 이 말은 언젠가 다시 재고찰을 해봐야 될 것 같다. N극과 S극은 공통적으로 둘 다 철을 가까이한다는 성질을 지니고 있지만 하나는 상대를 밀어내는 반면에 다른 하나는 상대와 끈임없이 친해지려 하기 때문에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의 양면을 무엇보다도 잘 대변해준다. 오늘 발생한 이 작은 소동은 어찌보면 극과 극에 있는 두 사람이 충돌하게 될 경우 가장 피해를 보는 것이 누구인지를 암시한다고도 볼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사람 대 사람이 존재하는 경우 맞닥뜨릴 수 밖에 없는 일상이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현명하게 살아갈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준다는 점에서 시끄럽지만 조용히 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게 하고 결국 인간은 조용히 살기를 원하지만 임종할 때를 제외하곤 조용히 살 수 없다는 것을 너무도 잘 가르쳐주고 있는 것이다. 충돌은 또 다른 충돌을 낳고 충돌이 지나간 자리에는 혐오와 복수가 따뜻한 온기처럼 남아있다. 충돌을 통해 미덕을 배울 것인지, 아니면 오르지 혐오와 시기로 가득한 ’그들만의 리그‘를 운영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은 전적으로 당신에게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