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와 Wi의 공통점과 na와 en의 차이에 대하여
그는 늘 이런 식이었다. “너는 바르셀로나가 좋아, 아니면 비엔나가 좋아?” 예상치 못한 질문에 나는 적잖이 당황했지만 최대한 태연하게 말했다. “갑자기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야?” “두 도시 다 공통점이 있는데 너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서” “그게 다야?” 그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음.. 우선 둘 다 유럽에 있다는 점, 한때 세계에서 강력한 힘을 지녔던 제국이라는 점, 또..” 내가 막 대답을 하려는 찰나, 그가 먼저 선수치듯 내 답변을 가로막았다. “두 도시 다 ㅂ으로 시작하고 ㄴ으로 끝난다는 점이지” 나는 너무나 어이가 없었지만 내 얼굴은 완전 딴판이었는지 킥하는 웃음이 터져나왔다. 정말 못말리는 사람이다. “어때, 이번에는 괜찮았어?”라고 묻는 그의 질문에 나는 묵비권을 행사하기로 마음먹었지만 미워할 수는 없었다. “나한테 하는 건 괜찮은데 다른 사람한테는 하지마” “왜? ‘아재개그’라고 생각해서? 근데 나는 도대체 이게 왜 ‘아재개그’라는 일반화의 카테고리에 포함되는지 이해가 안 돼. 잘 생각해보면 우리만 그런 건 아니거든 미국인들도 가벼운 농담 따먹기 식의 대화는 자주 한다고” “그 근거는 뭔데?” 내가 따지듯이 물었다. “음 그건..” 그가 내 질문에 대답하려는 사이 이번에는 내가 그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마음으로 마음에도 없는 말이 밖으로 툭 나와버렸다.
“설마 프렌즈나 하나몬타나 같은 시트콤 얘기를 하려는 건 아니지?”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쏘리는 영어로 Sorry” “…” 잠시 몇 초간의 정적이 흘렀다. 분명 긴 시간은 아닌데 순간 시간이 얼어붙은 얼음마냥 느리게 흐르고 있는 것 같았다. 침묵을 깨고 내가 말했다. “동음이의어 농담 좀 제발 그만해!” “오! 내 농담을 문법적으로 그렇게 잘 표현한 사람은 네가 처음이야! 덕분에 기분이 좀 나아졌어. 덧붙이자면, 언어유희라고 말해도 돼” ‘일부러 멕이는 건가?’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그가 다시 말했다. “아까 내가 한 질문의 의도는 간단히 말해, ‘일상이 주는 현실과 팩트의 사이에서는 맛볼 수 없는 신선함’이야. 자칫 네가 당황할 수도 있었는데 잘 말하는 걸 보고 ‘나중에 가기 전에 다시 한번 물어봐야겠다’라고 생각했거든 따라서 제 점수는요 70점 입니다!” ‘세상에..4차원인 줄은 진작알았지만 저렇게 눈이 반짝이는 것을 보니 뭔가 또 발견했나보군 물어봤자 피곤할테니 말을 말자’ “근데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있는데.. 바르셀로나랑 비엔나 중에 어떤 도시가 더 따뜻해?” 또 난데없는 질문 폭탄이 내 앞으로 들어왔다. 답을 하자니 다음 말이 무섭고 묵비권을 행사하자니 시무룩할 그의 표정이 떠오른다. 나는 생각했다. ‘이건 고문이 분명해!’ 잠시 뒤, 내가 말했다. “더 따뜻하다는 게 날씨를 의미하는 거야, 아니면 감성이나 문화적 수준을 의미하는 거야?” 예상외의 반문이 나오자 그는 골똘히 생각을 하더니 이렇게 말했다. “둘 다이긴 한데 건축양식이나 문화, 풍경도 궁금해!” 다시 내가 말했다. “그럼 간단하네 축구를 좋아하고 가우디를 보고싶으면 바르셀로나를 가 그런데 모차르트를 좋아하고 음악 없이 사는 게 불가능한 너한테는 빈이 적격일 것 같아 거기다 합스부르크가도 있으니..” 갑자기 아무 말이 없다. 순간 내가 말을 잘못했나? 라고 생각한 것도 잠시 그는 멍하니 서서 앞을 쳐다보고 있다. 으이구! 저 바보는 지금 상상 속 날개를 가지고 이미 유럽에 가 있는 게 뻔하다. 쉽게 말해, 눈뜬 채 잠을 자고 있는 것이다. 이럴 땐 깨워야 한다. 나는 그의 귀에 대고 내가 할 수 있는 한 온 힘을 다해 소리를 질렀다. “야 여긴 한국이야! 돌아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