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와 에세이 그 사이
오늘 일어난 시각은 8시 30분이다.
늘 그렇듯이 ‘오늘’은 시간을 확인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우리는 ‘오늘’ 일어나고, ‘오늘’ 세끼를 띄우며, ‘오늘’ 일과를 보낸다. 그러나 더 멀리 보면 이러한 ‘오늘’은 결국 ‘어제’의 일부이며 최종적으로 ‘어제’로 판명나게 된다. 왜냐하면 인간은 ‘어제’에 시작해 ‘어제’를 보내며 ‘어제’ 일과를 보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오늘’의 옆에는 언제나 그렇듯이 ‘어제’가 있고, ‘오늘’과 ‘어제’는 ‘내일’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지금 쓰레기통에 버려진 구겨진 휴지는 자신의 운명에 대해 까마득할 것이다. 이는 마치 일반 쓰레기 봉투에 담기지 않은 휴지가 자신의 운명에 대해 일(1)도 모르는 것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것으로부터 자유로운 것이 하나 있으니, 바로 지금 내가 타이핑을 하고 있는 노트북 컴퓨터이다. 그는 자신이 어디로부터 왔는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도 알고 있으나,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그리고 내일의 그 어딘가에 속한 어떤 날에도 변함없이 자신의 일과를 하고 보내고 그리고 또 다른 어떤 일과를 할 것이 분명하다는 것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그가 모르고 있는 것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쓰레기통에 버려진 구겨진 휴지가 처해질 상황과 일반 쓰레기 봉투가 언젠가 잠에서 일어나 자신의 책임을 다하는 그 날까지 조용히 누워있다는 상황이다. 마찬가지로 일반 쓰레기 봉투는 버려지지 않는 컴퓨터의 운명을 결코 조금도 알지 못한다.
다만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것들이 ‘오늘’ 벌어질 것이라는 것이고, ‘어제’ 벌어졌으며, 또 다른 어제와 오늘이 모여 모레와, 그 다음 날 아무도 모르게 반복될 것이라는 점이다. 내일은 뭐가 또 버려질까? 어제와 모레가 만나는 날, 오늘과 내일은 우리의 어딘가에, 그리고 어느 순간 마주칠 것이다. 그 사이 ‘지금’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