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녹색나무 Jan 23. 2024

서투름이 필요한 이유

일상 일기 (1)

눈이 유난히 많이 내리던 어느 날, 나의 발걸음은 평소처럼 카페로 향하던 중이었다. 그 때, 초등학생 혹은 중학생으로 보이는 여자 아이 둘이 작디 작은 손으로 큰 노란 우산을 꾹 눌러쓰고 어디론가 바쁜 발걸음을 향하고 있었다. 이 때, 나는 그 뒤에 있었는데, 고의는 아니지만 둘의 대화를 들었다.      


여자 아이 A: "너는 왜 자꾸 네 말이 맞다고 하니? 나도~라고 계속 했잖아!"

여자 아이 B: "너 왜 자꾸 우산을 기울어서 써? 내가 눈 다 맞고 있잖아!"

이런 식의 대화가 무작위로 반복되고 있었다.

그 순간, 탁구공이 라켓에 부딪혀 툭 탁 툭 탁 하는 장면이 떠올랐다.     

정말 재미있는 것은 이런 실랑이가 계속되고 있음에도 둘의 손은 우산을 꽉 잡은 채 가던 길을 계속 가고 있다는 점이었다.


 마지막으로 내가 목적지에 다다렀을 때, 둘은 직선으로 이어진 길을 따라 계속 가고 있었는데, 내가 들은 마지막 대화는 이랬다.      

여자 아이 A: "내 말 좀 잘 들어! 너는 왜 항상 그렇게 사냐?"

여자 아이 B: ".........."

여자 아이 A: "모자는 갑자기 왜 쓰는 거야?!"

여자 아이 B: "아 정말! 추우니까!"     


구박하는 듯 핀잔을 주면서도 둘은 계속해서 가던 길을 함께 간다.

우정은 다른 성격을 지니고 다른 생각을 하는 이들이 만나 시간이 갈수록 깊어지는 것이 아닐까?

답답하고 이해가 안 갈 때도 있지만 이들이 만나 관계가 형성되고 깊어지는 것이 세상의 이치아닐까? 이처럼 툭탁거린다는 것은 서툴다는 뜻이고 서툰 것은 순수함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툭탁거린다는 것은 암시적으로 끈끈하게 친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르지만 박자를 맞추듯, 툭탁거리다보면 어느 새 발을 맞추고 상대방에 대해 이전보다 잘, 그리고 더욱 알아갈 수 있지 않을까?  어디서 본 것처럼 계속 볶다보면 그 순간에는 힘들고 화나지만 어느 순간을 지나 서로 이해하고, 성장하며 이전보다 발전해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작가의 이전글 흐리고 우울한 날은 맑고 갠 날씨가 필요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