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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커피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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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eenut Jul 06. 2016

카페 드로잉 05. 집 근처 드롭탑

얼굴에 닿는 늦은 시간의 바람이 꽤 서늘하고, 가는 길은 인적이 드물어 헤드셋으로 들리는 음악이 짙었던 요즘의 어느 날. 그리고 그날의 자정 즈음, 오늘과 내일 사이. 나는 그동안 한번도 가보지 않았던 카페에 가 보기로 했다.


목적지는 버스를 타고 어딘가로 가며 먼 발치에서 외관만 몇번 보았던 드롭탑.

이곳은 집에서 조금 떨어져있는 곳이라 한동안 걸어야했는데, 늦은 시간이었기 때문인지 가는 길에 보이는 사람이라곤 거의 없어서 천천히 내딛는 내 발걸음은 유난히 쓸쓸하게 느껴졌다.


그나마 걸어가는동안 듣던 노래에 큰길을 달리고 있는 차들의 소리가 간간히 섞여서 늦은 시간의 내 발걸음에 쓸쓸해진 마음에 위로가 되었지만 가는 길에 보이는 조명이 다 꺼진 주변의 건물과 한층 어두워진 거리, 거의 보이지 않는 나의 그림자는 자꾸만 내 마음을 가라앉게 만들었다.


그리고 걸어가는 길에 찾아온 그 쓸쓸함은 이런저런 생각을 불렀고, 한참을 걷던 나는 그 생각을 가득 안은 채로 목적지로 정했던 드롭탑에 도착했다.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어두운 거리와는 사뭇 다른 느낌의 밝고 따뜻한 조명이 나를 반겼다. 들어가서 주변을 둘러보는데 꼭 추운 날 밖에 있다 따뜻한 공간에 들어간 것처럼 마음이 녹아내렸다.


늦은 시간, 여러 감정이 겹치고 생각이 많아진 발걸음때문이었을까.

넓고 탁 트인 공간과 책이 여러 권 꽂혀있는 책장, 군데군데에 놓여있는 잘 자라고 있는 식물, 간간히 들려오는 사람들의 말소리, 카페 안에 흐르고 있는 차분한 음악, 따뜻한 커피향. 그 공간에 있는 모든 것이 가라앉은 내 마음을 안아주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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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근처 드롭탑 카페에서, 하네뮬레 드로잉북에 코픽 멀티라이너로 그림.

2015 / 148 x 206 mm / Pen on paper + Adobe Photoshop

©greenut(Hye ryeon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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