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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커피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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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eenut Jun 29. 2016

비 오는 날엔 커피와 함께 그림을

하늘엔 구름이 가득 끼어 햇빛이 가려져있고, 빗물이 투둑투둑 떨어지고, 바람도 꽤 불어서 완연한 봄이라기엔 조금 쌀쌀했던 작년의 4월 13일 월요일. 그날은 하늘이 맑은 날과 하얗게 가득 피어난 벚꽃을 질투하는 것처럼 봄비가 내리던 날이었다.


나는 원래 비가 오는 날에 밖으로 나가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편이지만, 이상하게도 그날은 밖으로 나가고 싶었다. 어쩐지 한껏 곱게 피어있던 벚꽃이 이제 슬슬 빗물을 버티지 못하고 꽃잎을 떨구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이제 곧 져버릴 벚꽃을 마중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거든.


그해의 벚꽃을 충분히 즐기지 못해 아쉬운 마음이었을까. 그냥 무작정 밖으로 우산을 쓰고 나가 한참을 벚꽃이 피어있는 곳에서 서성였다. 그러다 밖으로 벚나무 몇 그루가 피어있는 곳이 보이는 한 카페에 들어갔다. 카페에 들어가서 프레즐과 차가운 아메리카노를 주문해 받아들고, 자리에 앉아 밖에 들리는 빗소리와 헤드셋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함께 듣고 있으니 몽글몽글해진 기분이 참 묘했다. 계속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것을 보니 이제 2015년, 올해의 벚꽃과 슬슬 이별할 때가 되었구나 싶어서 마음이 밉기도 했었고, 또 꽃이 떨어지기 전에 좀 더 많이 봐 둘걸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고.


그렇지만 비가 오는 날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그림을 그리고 있다 보니 평소 싫어했던 비 오는 날의 습기도, 빗소리도, 그해 벚꽃과의 이별을 가져올 빗줄기도 조금은 따뜻하게 느껴졌다.


조용한 음악이 흘러나와 따뜻한 분위기가 좋았던 카페에서 내가 좋아하는 그림을 그려서였을까. 아니면 내리고 있는 빗물에 떨어진 벚꽃이 그만큼 내년에 또다시 고운 모습을 자랑할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을까. 그날은 벚꽃잎을 떨어뜨리는 비가 참 미우면서도, 그 소리가 퍽 낭만적으로 들리기도 했다.


비가 내렸던 월요일의 그 감정을 기억하고 싶어 드로잉북에 그림으로 남겨두었다.

시간이 꽤 지나고 이 그림을 다시 보게 된다면 집 근처에 있는 작은 카페에서 느꼈던 커피 향과 빗소리가 생각날 테다. 비가 오면서 떨어진 여린 벚꽃잎도 생각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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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엔 커피와 함께 그림을'

집 근처의 작은 한 카페에서, 하네뮬레 드로잉북에 코픽 멀티라이너로 그림.

2015 / 206 x 148 mm(원본 그림 크기) / Pen on paper + Adobe Photoshop

©greenut(Hye ryeon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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