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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커피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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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eenut Jun 22. 2016

카페 드로잉 04. 대학로 카페 느릿느릿

종종 카페를 다니다보면 가끔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카페라는 곳은 사람들에게 어떤 공간일까?'


어떤 사람에게는 시끌벅적하고 사람이 북적이는 공간일 수도 있겠고, 어떤 사람에게는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음악과 책을 즐기기에 좋은 공간일 수도 있겠다. 또 어떤 사람에게는 만남과 사교의 장소인 반면 누군가에게는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장소일 수도 있겠지.


나는 카페에 주로 혼자 다니며 그림을 그리거나 음악을 들으며 커피를 마시는 등 여유로운 시간을 즐기는 편인데, 대학로의 골목 어디쯤에는 그런 혼자, 혹은 단 둘만의 시간이 참 잘 어울리는 카페가 있다.

바로 '느릿느릿', 지하철 4호선 혜화역 3번 출구 근처에 위치한 곳이다.


혜화역 3번 출구 옆쪽에는 서울대학교 연건캠퍼스가 있고 그 옆에는 골목길이 있는데, 약국이 있는 쪽의 작은 그 골목길을 따라가다보면 '느릿느릿'을 발견할 수 있다. 그곳은 사람들이 그다지 많이 지나다니지 않는 좁은 길목인데다가 특히 밤에는 다른 쪽보다 조금 어두운 편이라 찾아가다보면 잘 보이지 않아서 처음 방문했을 때는 몰래 숨어있는 조용한 아지트 같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나는 처음 그곳을 찾아갈 때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잘 모르겠어서 길을 잠시 헤맸었는데, 조금 어렵게(?) 찾아내고 나니 처음 가보는 곳이었는데도 오랜만에 만난 친한 친구처럼 그 공간이 친근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또 뭐랄까, 여기가 어디지 하고 두리번거리다 작은 간판을 찾았을 때는 마치 친구가 나를 놀라게 하려고 길거리에 숨어있다가 '우왁!' 하고 나타나는 것 같았달까.


그리고 어쩐지 타입캡슐을 보관해둔 아지트에 방문한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넓고 화려하고, 사람들이 많아 북적북적한 카페에서 느낄 수 있는 활기와 바삐 움직이는 시간과는 다른 매력이 있었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조명 빛이 벽에, 의자에, 소품에 닿는 것이 어쩐지 아련하게 보였던 '느릿느릿' 카페는 차분한 음악과 달그락거리며 잔이 부딪히는 소리가 조용조용 말하는 사람들의 낮은 목소리에 잘 어울리는 곳이었으며, 주문하고 앉아서 기다리고 있으면 커피를 내리는 향이 짙어져 감상에 젖게 되는 곳이었다.


핸드드립 커피의 짙은 풍미가 좋았고, 메뉴판에 적혀 있는 메뉴 이름과 설명들이 하나같이 귀여워 메뉴판에 적혀있는 걸 하나하나 다 읽어보며 미소를 짓게 되기도 하는 곳이기도 했고. :)


커피의 맛에는 음료 본연의 맛과 그 장소의 분위기와 음악, 그날의 내 감정이 모두 담겨있다고 생각한다. 지하철 4호선 혜화역 3번 출구 근처의 작은 골목길에 위치한 '느릿느릿'에서 마신 커피는 참 맛이 좋았다.

대학로 카페라고 하면 그곳이 가장 먼저 떠오를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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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 '느릿느릿' 카페, 하네뮬레 드로잉북에 코픽 멀티라이너로 그림.

2015 / 206 x 148 mm / Pen on paper + Photoshop CS6

©greenut(Hye ryeon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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