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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 불빛 Aug 25. 2022

행운에 속지말고, 품위를 지켜라

<행운에 속지마라>, 나심 니콜라스 탈렙



“별이 빛나는 창공을 보고, 갈 수가 있고 또 가야만 하는 길의 지도를 읽을 수 있던 시대는 얼마나 행복했던가? 그리고 별빛이 그 길을 훤히 밝혀주던 시대는 얼마나 행복했던가?”


1. 인간의 본성과 한계


숨 막히게 아름다운 문장으로 손꼽히는 루카치 ‘소설의 이론’ 서문은 인간이라는 종의 본성과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다. 인간은 확고한(것처럼 보이는) 목표를 정하고, 안정적인(것처럼 보이는) 질서를 세우며, 밝은(것처럼 보이는) 미래를 전망한다. 하지만 고개를 높이 쳐들고 밝게 빛나는 별빛만을 쫓던 인간은 자기 발 밑의 구덩이를 보지 못하고, 캄캄한 어둠 속에 무질서하게 던져진 자신을 발견한다. 루카치의 서문은 종교와 신화라는 필연성을 상실한 서구 문명의 처량한 신세를 지적한 것일 것이나, 별처럼 빛나던 삶의 의미와 질서를 상실하고 마는 인간과 그러한 인간을 둘러싼 시스템의 취약성(fragile)은 언제든, 어디서든, 누구에게든 나타날 수 있다. 전혀 예측하지 못한 블랙스완의 형태로 말이다.



2. 우연한 세상과 확률적 사고


독자를 전혀 배려하지 않은 불친절하고 투박한 문장과 중구난방의 난해한 목차 구성으로 유명한 이 책은 ‘실력으로 위장한 행운’, ‘결정론으로 위장한 우연’, ‘확률적 사고’를 주제로 삼는다. 불확실성으로 가득 찬 복잡계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어떤 사건이 어느 정도 확률로 일어나는지 객관적으로 예측하고, 행운에 속아 넘어가는 감정과 인지 편향을 극복하는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확률적 사고방식은 세상을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의 이상과는 정반대의 현실을 보여준다. 인류나 문명, 기업의 역사 속에서 큰 성공을 거둔 존재는 성공의 후광, 카리스마를 획득한다. 그러한 성공을 거둔 사람이나 그러한 성공을 부러워하는 사람 모두 성공으로 이어지는 확실한 방법이 있다고 믿으며, 그러한 성공 방정식을 고수하고 배우려 한다. 경제, 투자, 기업경영, 자기 계발 코너에 있는 수많은 서적들은 그런 성공 방정식을 배우고 익히기 위한 안간힘 아니겠는가.


하지만 오늘도 노력하고, 또 방황하는 수많은 파우스트 형 인간들에게는 매우 실망스럽게도 저자는 세상에서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으며, 아무리 노력해도 운이 닿지 않으면 성공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부족한 실력에도 불구하고 행운에 힘입어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진실을 드러낸다. 대부분의 인간은 단기적 성공을 자신의 실력으로 착각하다 장기적으로 실패한다. 워런 버핏의 사례처럼, 장기간에 걸쳐 생존하고 성공한 케이스도 있지 않느냐고? 버핏의 성공 밑에는 수많은 말없이 사라져 버린 자본시장의 패배자들이 존재한다. 그 누구도 그들의 존재를 알지 못하기에 우리는 그저 어두운 밤하늘의 별처럼 빛나고 있는 소수의 생존자들을 편향에 갇혀 우러러보고 있는 것이다.



3. 인간이 지킬 수 있는 품위


그럼 당연히 따라올 질문은 ‘그럼 아무것도 하지 말고 운에 인생을 맡기라?’는 것일 것이다. 우리는 과연 아인슈타인이 극도로 거부한 주사위 장난을 치는 신이 제멋대로 만든 양자역학 같은 세상에 기대어 살아가는 가련한 존재들일까. 저자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비대칭적인 상황에 베팅을 해서 큰 수익을 거두는 바벨 전략이나, 인지 편향을 그나마 극복할 수 있는 시스템 2의 활용 같은 몇 가지 대안을 제시하지만 세상의 위험에 대처할 안전판을 갈구했던 독자에게 만족스러운 해답을 주지는 못한다. 애초에 그런 답 자체가 존재하지 않으니 말이다. 


대신 저자는 결말이 이르러 스토아 철학이라는 고대인들의 지혜를 다시 꺼내 든다. 스토아 철학은 운명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더라도 인간으로서의 품위 있는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한다. 스스로 자책하지 말고, 남을 비난하지 말며, 세상을 탓하지 말라. 어떤 불운이 닥치더라도, 그 상황을 맞이하는 자신의 태도만큼은 자신의 의지대로 선택할 수 있다.


“Man can be destroyed, but not defeated.” 


헤밍웨이의 말처럼 절대 부서지지 않을 내면의 무언가를 지키고 살아가는 품위를 갖출 수 있는 존재가 바로 인간이라는 것이 궁극적으로 저자가 말하고 싶은 바가 아닐까. 불친절한 책을 완독 한 독자의 특권으로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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