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9월 17일 [트레바리 뭔일이슈] 온라인번개
또 왜 책을 읽어야 하는가라고 묻는다면 저는 자주 ‘있어 보이니까’라고 농담처럼 답하기도 합니다. 엉뚱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이 이유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있어 보이고’ 싶다는 것은 자신에게 ‘있지 않다’라는 걸 전제하고 있습니다. ‘있는 것’이 아니라 ‘있지 않은 것’을 보이고 싶어 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허영이죠. 요즘 식으로 말하면 허세일까요. 저는 지금이 허영조차도 필요한 시대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정신의 깊이와 부피가 어느 정도인지 알고 있고 그것을 채우기 위해 노력하는 것. 그래서 영화든 음악이든 책이든 즐기면서 그것으로 자신의 빈 부분을 메우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것. 그것이 바로 지적 허영심일 거예요.
<1. 생각 - 그런데 왜 책을 읽으세요?>
책, 굳이 읽어야 할까요? 당신이 책을 읽는 이유, 또는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어떤 일이라는 건 어떤 단계에 가기까지 전혀 효과가 없는 듯 보여요. 하지만 그 단계를 넘어서면 효과가 확 드러나는 순간이 오죠. 양이 마침내 질로 전환되는 순간이라고 할까요. 그게 독서의 효능, 또는 독서의 재미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책 한 권 읽은 것으로 독서의 재미가 바로 얻어지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어느 단계에 올라가면 책만큼 재미있는 게 없어요. 그 재미가 한 번에, 단숨에 얻어지는 게 아니어서 더욱 의미가 있고 오래갈 수 있는 겁니다.
<1. 생각 - 세상에서 제일 재밌는 일>
최근에 가장 재밌게 읽었거나, 지적인 호기심을 충족시켜주었던 책은 무엇인가요?
그런데 왜 문학을 읽어야 하냐고 묻는다면 저는 두 가지 때문이라고 말해요. 하나는 인간이 한 번밖에 못 살기 때문입니다.
인간이 천 번 만 번 다시 태어나서 산다면 다양한 삶을 경험해보겠지요. 하지만 인간은 한 번밖에 살 수 없어요. 그러니까 인생에서의 모든 것은 시연 없이 무대에 올라가서 딱 한 번 시행하는 연극이란 말이에요. 그런데 소설을 읽으면, 타인이라면 다양한 상황과 특정한 경우에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하게 해 주고 감정을 이입하게 해 줍니다. 인간의 실존적인 상황, 그 한계를 좀 더 체계적이고도 집중적인 설정 속에서 인식하게 하고 고민을 숙고하게 만들죠.
<1. 생각 - 문학을 왜 읽어야 하나요?>
좋아하는 문학이 있나요? 당신이 그 문학에 매혹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저자는 닥치는 대로, 무턱대고, 끌리는 대로, 오직 재미있게 책을 읽을 수 있는 방법으로 다음과 같은 조언을 합니다.
- 완독이나 필독서, 속독에 대한 부담감 버리기
- 항상 책을 들고 다니며 언제든 읽을 준비를 하기
- 편하고 행복한 독서 경험 연출하기
- 책을 읽고 말과 글로 독서 체험 확장
- 한 번에 10권 읽기
- 나만의 서재 꾸미기
당신의 독서법은 무엇인가요? 언제, 어떤 환경에서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하나요?
저자는 좋은 책을 잘 선택할 수 있는 세 가지 방법을 제안합니다. 1) 서문 읽어보기, 2) 차례 살펴보기, 3) ‘3분의 2 지점의 오른쪽 페이지’마저도 훌륭한지 살펴보기.
당신이 책을 선택하는 방법이나 기준은 무엇인가요? 평소 책을 선정하는 데 있어 가장 영향을 받는 매체나 사람은 누구인가요?
우리는 일반적으로 책을 내가 습득해야 할 무언가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책을 다 읽고 나면 그 내용이나 생각이 다운로드되듯 나에게 그대로 옮겨지기를 바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좋은 독서를 위해서는 책을 읽는 자체가 아니라 책을 읽음으로써 나에게 일어나는 어떤 것, 그것에 주목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독서에서 정말 신비로운 순간은, 책에 있는 것도 아니고 내 마음에 있는 것도 아니고 책을 읽을 때 책과 나 사이 어디인가에 있지 않나 싶습니다. 그것은 신비로우면서도 황홀한 경험입니다.
<1.생각- 그래서, 좋은 독서란 무엇일까>
좋은 독서란 무엇일까요? 당신의 기억에 가장 오래도록 강렬하게 남아 있는 독서의 순간은 무엇인가요?
이동진 : 그렇죠. 우리가 겪는 모든 것은 결국 이야기로 남는데, 겪을 때는 이야기가 아니란 말이에요. 이야기라는 속성 자체가 시제의 개념이 있고, 회상의 느낌이 있으니까요. “오늘 무슨 일 있었어?” 하고 누가 물으면 “오늘 이다혜 작가와 인터뷰를 했는데, 흘러가는 대로 카페에서 말하다 보니 대화를 몇 시간이나 했네?” 이렇게 얘기할 것 아니겠어요? 그 이야기는, 겪는 중간에 할 수 없단 말이죠. 그래서 이야기라는 것이 기본적으로 사람들을 즐겁게 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반성하게 하고, 생각하게 하고, 재구조화하는 특성이 있다고 생각해요.
이다혜 : 안 좋은 경험일 경우, 거리를 두고 극복하게 하는 것 역시도, 그것에 대해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느냐 아닌가 와 관련이 있는 것 같아요.
<2. 대화 – 이야기의 특별함>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 평생에 걸쳐 곱씹어 보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요? 당신의 삶에 어떤 이야기를 남기고 싶나요?
이런 말이 있잖아요. 행복은 강도가 아니고 빈도라고. 저는 전적으로 동의하는 말이에요. 아직 한 번도 안 해본 것들이 있잖아요. 남극에 가보겠다, 죽기 전에 이구아수 폭포를 보고 싶다, 우유니 사막을 방문하고 싶다 이런 것. 한번 보면 죽을 때까지 못 잊을 것 같고, 실제로 가보면 그래요. 그런데 저는 그게 행복이 아니고 쾌락이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저는 쾌락은 일회적이라고, 행복은 반복이라고 생각해요. 쾌락은 크고 강렬한 것, 행복은 반복되는, 소소한 일상에 있는 일들이라고. 그래서 제가 항상 이야기하는 습관론이 나오게 되는데, 행복한 사람은 습관이 좋은 사람인 거예요.
시간을 흘려보내는 삶, 시간 속에서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를 잘 선택하는 삶, 그것이 좋은 삶이잖아요. 그래서 앞에서 말한 습관이라는 것도 시간을 경영하는 방식 중 하나라고 이야기한다면, 시간을 흘려보내는 인간이 선택할 수 있는 검증된, 유쾌한, 훌륭한 방식 중 하나가 책 읽기라는 거죠.
<2. 대화 – 습관이 행복한 사람>
최근 가장 행복한 시간은 언제였나요? 당신의 일상에서 당신을 가장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요?
삶에서 의사결정을 하는 기준, 당신의 시간을 경영하는 방식은 무엇인가요?
이다혜 : 쌓는 독서라고 하면 내가 내 세계를 만들어가는, 내 관심사에 맞는 책들,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이 될 수 있게 해주는 책을 읽을 것 같고요. 허무는 독서는 내가 갖고 있던 고정관념을 깨거나 다른 생각을 받아들이게 하는 경우일 텐데요. 쌓는 독서를 게을리하면 ‘내 것’이 안 생기고, 허무는 독서를 안 하면 내 세계가 좁아지거든요. 이 두 가지의 균형을 어떻게 맞추시는지요.
이동진 : 굳이 말하면 저는 허무는 독서 쪽을 주로 하는 것 같은데, 세상에는 분야라는 것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허물고 허물다 보면 그게 옆에 가서 쌓이는 거예요. 그러니까 궁극적으로 긴 세월이 지나고 나면 다 쌓는 독서가 되죠. 저한테는 그랬던 것 같아요.
<2. 대화 - 읽는 것과 쓰는 것>
쌓는 독서를 통해 전집을 다 읽고 싶은 작가나, 전문적으로 지식을 쌓고 싶은 분야가 있나요?
혹은, 허무는 독서를 통해 자신의 세계를 확장시키거나 새롭게 알고 싶은 분야가 있나요?
800편의 추천도서 목록 중 읽고 싶은 책이 있었나요?
자신이 읽었던 책 중 다른 멤버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을 추천해 주세요.
워낙 악필에 가까운 필체라서 사인을 요청받을 때면 그래도 뭔가 의미가 있는 글귀를 짧게라도 함께 적어드리려 노력하는 편입니다. 그동안 제가 낸 책마다 적어드리는 문장이 다 다른데, 그중 『밤은 책이다』에는 사인과 함께 “책이라는 ○○”이라고 써드리고 있습니다. ‘○○’에는 적당한 단어를 그때그때 떠오르는 대로 적는데, 예를 들면 이런 식입니다. 책이라는 날개, 책이라는 정원, 책이라는 계단, 책이라는 우산, 책이라는 외투, 책이라는 촛불. 책은 날개이고 정원이고 계단이고 우산이고 외투이고 촛불입니다. 책은 그 모든 것입니다. 오늘도 저는 책이라는 배를 타고 시간 속을 떠돕니다. 즐겁습니다.
<서문 – 책, 그 모든 것에 대하여>
오늘 모임을 마치며 “책이라는 00”을 떠오르는 대로 말씀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