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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하늘 Mar 13. 2022

<뮬란>(1998) 토니 밴크로프트

'뮬란'이 정해진 운명에 균열을 내는 법

[씨네리와인드|이하늘 리뷰어] 'Disney' 만화 영화 속 여성 캐릭터들은 어떤 'shape'를 가지고 있을까? 백설공주와 오로라 공주, 인어공주. 모두 'princess'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누군가가 나의 삶을 구출해 줄 것이라는 서사 안에서 여성 캐릭터들은 수동적인 존재였다. '누군가'로부터의 삶의 변화는 디즈니의 주된 서사였다. 하지만 시대가 변화하고 디즈니 속의 여성 캐릭터들도 다른 'shape'를 가지게 되었다. 사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은 1930- 40년대 월트 디즈니로 하여금 만들어졌다. 그때의 여성상과 지금의 여성상은 다르게 변화했다. 최근에 개봉한 <크루엘라>(2021) 또한, 원작인 <101마리의 달마시안>(1961) 속의 '크루엘라'라는 캐릭터를 실사화해서 그녀의 젊은 시절을 재해석해 그린 작품이다. 단순히 악녀가 아니라 '이유가 있는' 악녀가 된 것이다. <뮬란>(1998) 속 뮬란도 새로운 형태를 가진 여성 캐릭터이다. 중국의 역사적인 배경과 함께 표현해내는 뮬란의 모습은 이전까지의 디즈니가 그려낸 캐릭터들과는 다른 모습이다. 스토리구조는 비교적 단순하다. 물론 실사화된 <뮬란>(2020)이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원작에는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다. '뮬란'이 피워낸 꽃의 'Road'를 따라가보자.                      


▲ 뮬란(1998) 스틸컷.    ©월트 디즈니 



세상이 만들어놓은 자신에게 맞지 않는 'outfit' 

영화는 중국을 시대적 배경으로 두고 '뮬란'이라는 여성 캐릭터에 주목한다. 훈족의 침입으로 국정이 혼란해진 그 시기에 왕은 입영통지서를 전국에 배부한다. 한 집안에서 한 남자는 꼭 전쟁에 참여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고, 이에 '파'가문은 뮬란을 제외하고는 다리가 아픈 아버지만이 전쟁에 출정할 수 있었다. 세계의 역사를 살펴보면 제1차 세계 대전과 제2차 세계 대전을 앞두고 많은 젊은 청년들이 나라의 부름을 받고 달려갔다. 이에 국가의 이익으로 인해 남성이 전쟁에 참전했어야 하는 역사를 가지고 있고,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아직까지도 휴전 상태이기 때문에 만 19세가 되면 입영통지서가 날아온다. '뮬란'은 몸이 아픈 아버지를 보고 고민에 잠긴다. 여기서 그녀는 시대상에 반하는 캐릭터성을 가지고 있다. 18,19세기 동양을 제외하고도 서구권에서도 '여성'의 역할은 좋은 가문에 시집을 가는 것에 그쳤다. 때문에 여성은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없었으며, 19세기의 산업혁명을 맞이하면서 '여성'이 사회에 진출하는 시대가 점차 발전한 것이지 여성이 제도권 사회 안에서 자리를 잡는다는 것은 그 시기에는 꿈을 꿀 수도 없었던 일이었다.                      


▲ 뮬란(1998) 스틸컷.  © 월트 디즈니


시대가 원하는 전형적인 여성상이 되기 위해서 그녀 또한 참한 여성이 되기 위한 방법을 익히지만 맞지 않는 옷으로 계속 실수를 저지른다. 매파의 인정을 받아야만 좋은 집안에 시집을 갈 수 있기에 뮬란 또한 매파에게 시험을 치른다. 얌전하고 조신하고 잘 웃고 누군가에게 수동적인 행동을 해야 하는 여성의 'outfit'은 자유분방한 그녀에게는 아무리 끼워 맞춰도 맞지 않는 사이즈의 옷이다. 그녀는 매파와의 시험에서 차를 쏟는 등의 사고를 저지른다. 결국 그녀는 '적합하지 않음'이라는 타이틀을 얻게 된다. 그녀의 시대와 반대되는 자유로운 성격은 집안에서는 노심초사되는 성격이다. 하지만 뮬란은 아버지에게 전쟁에 출전하라는 명령이 내려온 그날, 아버지의 갑옷을 입고 몰래 집안을 빠져나간다. 몸이 아픈 아버지를 대신에 전쟁에 출정하게 된 것이다. 여자인 것이 발각되게 되면 사형이 이를 수도 있는 상황 속에서 그녀는 말을 몰고 어둠 속을 달려간다.  


'뮬란'이 자신 대신 군대에 출정하게 된 것을 알게 된 부모님과 할머니는 조상신들에게 빈다. 그녀를 위험에서부터 구출해달라고. 그들의 바람이 하늘에 닿았을까? 조상신들이 깨어난다. 동양권에서 가지고 있는 유교사상에 대한 지점에 재밌게 풀어진 지점이다. 조상신들을 깨우는 작은 도마뱀 같은 자칭 용인 '무슈'는 좌천이 된 상태다. 무슈는 조상신들을 깨우고 한 조상신은 '뮬란'을 돕기 위해서 돌 석상의 위대한 용을 깨우라는 지시를 내린다. 하지만 '무수'의 실수로 돌 석상은 무너지고 그는 결심한다. 자신이 뮬란을 집안을 일으켜 세우는 영웅으로 만들고 자신 또한 다시 복귀를 하겠다고. 이러한 연결고리는 뮬란과의 새로운 시너지 효과를 낸다. 무슈는 뮬란에게 가서 그가 남자로서 훈련을 잘할 수 있도록 선생이자 친구가 된다.

 


'핑'이라는 제도적인 가면  

훈련장에 도착한 뮬란은 남자 훈련병들과 상사인 '샹'앞에서 '핑'이라는 가짜 이름을 만들어 이야기한다. 무슈와 행운의 귀뚜라미와 함께 훈련을 하는 뮬란은 난이도가 있는 훈련에 계속 주저한다. 봉을 가지고 하는 무술 훈련과 나무 위를 오르는 훈련에 모든 남자 군사들은 실패를 맞본다. 높은 나무 위에 박힌 화살을 가져오는 미션으로 손목에 금줄을 하나씩 달아야 한다. 하지만 뮬란은 자신의 손목에 금줄 두 개를 엮어서 화살을 가지고 오는데 성공한다. 이는 뮬란의 끈기를 보여주는 구간이다. 영화는 디즈니 특유의 뮤지컬적인 요소로서 노래와 함께 몽타주 신들이 지나가면서 훈련을 하는 모습들을 비춘다.                     


▲ 뮬란(1998) 스틸컷.  © 월트 디즈니 

 

훈족과 맞서 싸우러 가는 순간, 눈 덮인 설원의 한복판에서 매복되어 있던 훈족들이 끝도 없이 내려온다. 위치가 발각되어 숨을 곳도 없던 뮬란과 병사들은 산 위로 올라가서 대포를 쏘려고 하는데 이 순간 그녀의 기지가 발휘된다. 대포 하나를 들고 설원을 달려 내려가 절벽을 향해 쏜다. 이에 절벽에 쌓여 있던 눈들이 훈족을 덮친다. 하지만 뮬란이 훈족에 의해서 다치게 되면서 정체가 여자라는 정체가 드러나게 되고 '핑'으로 거짓된 남자의 모습으로 하고 있을 때는 인정을 받았던 그 겉모습이 가짜라는 것이 드러나자 동료들은 매몰차게 돌아선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뮬란이라는 사람이 바뀌는 것일까? 이때의 뮬란의 외침은 몹시도 슬퍼 보인다. 뮬란은 말한다. 거울을 볼 때면 특별한 나를 보기를 바랐다고. 하지만 다른 관점으로 보면 잘 안 보이는 거울 속 내 모습은 침을 뱉어서 닦으면 되는 것 아닌가. 세상을 바꿀 수 없다면 나를 바꾸고 보는 관점을 바꾸면 된다. 물론 여자인 것이 드러나자 매몰찬 시선을 받았지만 운명을 거부하고 운명과 맞서 싸우는 과정에서의 시행착오일 것이다. 뮬란은 다시금 궁으로 향한다.  



호수에 비친 소녀의 일그러진 모습  

'운명'이란 정해져 있는 것일까? 운명은 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인간에게 주어진 피할 수 없는 감정을 뜻한다. 즉 숙명론적인 관점에서 운명은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세기에 걸쳐서 운명에 대한 이야기를 살펴보면 성악설, 성선설을 대표적인 예로 찾아볼 수 있다. 사상 자체가 본래부터 태어나기를 악하고 선하게 태어났다는 운명을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보면 대개가 그렇듯 신데렐라의 가난하고 새언니와 새엄마에게 핍박을 받는 삶은 스스로 개척한 것이 아니라 왕자님을 통한 구원이었다. 오로라 공주도 보라. 18살의 생일을 맞이하여 물레에 찔리게 되는 운명 그대로를 따르지 않나? 고전의 영화나 책에서는 신에 의해서 부여된 삶에 대해서 물음표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받아들이는 것만이 존재했을 뿐이다. 운명을 개척해야 한다라는 생각이 들어온 것은 그리 얼마 되지 않았다. 운명에 반대되는 표현은 개척이다. 


메마른 토양을 보라. 척박하게 태어났으면 그냥 그렇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인가? 하지만 농부들은 메마른 토양에 씨앗을 뿌리고 물을 주고 일군다. 대지의 씨앗이 자라나기를 간절히 바라고 노력한다. 그 땅 위에 찌는 듯한 더위의 햇빛이 내리쬐고, 홍수가 와서 휩쓸려가도 토양을 가꾸기는 계속된다. 물론 조금 과장된 예시였다. 하지만 운명은 정해져있는 것이 아니라 관점을 달리하는데서부터 시작된다. 뮬란을 보면 그렇다. 아버지 대신 남자로 위장하는 포인트가 바로 운명의 반전 요소였다. 만약 그녀가 "그래.. 난 여자니까 절대 갈수 없지."라고 좌절해버렸다면 결과는 어떠했을까?뮬란은 좋은 가문에 시집을 갈 수 있는 운명을 따랐을 것이다. 그 운명은 선택이 된 게 아니라 선택을 당한 것이다. 자신의 인생을 선택 당했다면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것이다.                      


▲ 뮬란(1998) 스틸컷.   ©월트 디즈니 


who is that gril l see

날 바라보는 저 소녀는 누굴까

Staring staight back at me?

나를 바라보고 있는 저 소녀 

When will my reflection show

언제쯤 내 진심을 펼칠 수 있을까

Who l am inisde?

내 마음속에 나

-reflection 중에서 



영화의 초반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혼란을 가진 상황 속에서 뮬란이 부르는 노래다. 뮬란은 말한다. 나는 어떤 사람이지?라는 이러한 자신에 대한 고찰은 운명의 시곗바늘을 관통한다. 그녀의 시간은 스스로 창조해나간다. 노래의 제목은' reflection'으로 반사되는 상을 의미한다. 영화 내에서도 뮬란은 호수에 비친 자신의 일그러진 모습을 보면서 노래를 부른다. 거울은 우리를 가장 잘 반사해 줄 수 있는 매개체 중에 하나이다. 거울은 빛을 반사하여 피사체를 볼 수 있게 만든다. 초등학교 시절 과학시간에 빛의 굴절에 대해서 배우면서 거울의 특성에 대해서 배운 것이 생각난다. 굴절된 모습을 통해서 보이는 나의 모습은 진짜일까? 그것이 아니라면 '가짜'일까. 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내면 속에 또 다른 자아를 숨겨놓고 살아간다. 나도 내 안에 용기 있는 나 그와 반대로 용기 없는 나의 다양한 모습들이 조각조각 숨겨져있다. 그 조각들은 어느 순간 밖으로 튀어나와서 나의 겉모습의 퍼즐 위에 붙는다. 하지만 뮬란은 이내 자신의 원하는 방향성을 통해 그 소녀와 다시 마주한다.

 


균열된 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소녀에게 

훈족을 물리치고 왕국으로 행차하는 병사들과 샹, 앞에 뮬란이 나타난다. 훈족이 다시 침입하게 될 것이라고. 하지만 샹은 그녀의 말을 믿어주지 않고 다시 앞으로 나아간다. 하지만 그 소녀는 그들을 멈추기 위해 왕국으로 뛰어가고, 그 사이에 훈족의 대장인 산유는 왕의 앞에 나타나 위협을 한다. 이때 뮬란의 기지가 발휘된다. 뮬란은 자신의 동료들과 힘을 합쳐 여장을 해서 왕을 구출하고 지형을 이용해서 산유를 물리친다. 이때 뮬란이 입은 옷은 갑옷이 아닌 평소에 입어야 했던 치마다. 하지만 겉모습을 남자처럼 꾸미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마치 적장에서 싸우는 장군처럼 늠름한 모습이다. 이는 사실 위의 노래처럼 겉모습이 아닌 자신의 내면에서 나오는 자신의 본모습이 중요하다는 것을 말한다. 어떤 옷을 위에 걸치더라도 '뮬란'이라는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왕은 자신과 나라를 구해준 뮬란에게 큰 상을 내린다.                      


▲ 뮬란(1998) 스틸컷.  © 월트 디즈니


'운명' 우리는 흔히 운명은 바꿀 수 없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입장을 취한다. 사주나 팔자, 관상도 이러한 운명론에 입각해서 나온 것들이다. 나의 삶이 이미 정해져 있다면 너무 슬프지 않을까? 뮬란은 나라를 구했지만 결국은 자신 스스로를 구한 것과 같다. 운명을 개척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뮬란의 모습은 'she'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everyone'에 해당하는 우리 모두에게 하는 이야기이다. 그렇다. 운명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여야만 한다는 입장이 아닌 다른 관점을 이 영화는 제시한다. 우리는 모두 나의 정해진 삶에 균열을 낼 수 있다. 그 균열된 틈 사이에서 '뮬란'처럼 자신을 쳐다보고 있을 소녀를 마주할지 누가 아는가. 



*씨네리와인드에서 작성된 기사입니다.



http://www.cine-rewind.com/sub_read.html?uid=48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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