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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하늘 Mar 25. 2022

<소금과 호수>(2021) 조예슬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상영작] 내 몸을 전부 녹여서라도 너에게

[씨네리와인드|이하늘 리뷰어] 깊고 넓은 푸른빛의 호수는 투명하지만 그만큼 깊이를 가늠할 수 없다. ‘생각보다 얕은 물인가’ 하다가도 잔잔한 물결 사이로 풍랑이 일 듯이 점점 물살은 거세진다. 깊이를 알 수 없는 호수를 짜게 만들기 위해서 소금을 넣는다면 얼마나 넣어야 할까? 어쩌면 소금을 아무리 넣어도 호수의 물은 변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소금은 슬플 것이다. 자신의 몸을 녹여서 호수의 품으로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여기, 올해 삼재를 맞이한 여주인공 소금이 있다. 이름이 몹시 특이하다. 그녀에게는 절친한 친구 호수가 있다. 둘은 서로의 모든 것을 공유하고 있는 여고생들이다. 호수에게는 한 가지 비밀이 있는데 그건 바로 나이가 많은 아저씨와 사귄다는 것이다. 그런 사실을 아는 소금은 못마땅하다. 용돈을 벌기 위해서 만나는 중년의 아저씨에게 사랑을 느낀다는 호수의 말이 뾰족하게 다가온다.                     


▲ '소금과 호수'  ©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스틸컷


영화는 소금과 호수, 둘의 관계성에 주목한다. 앞서 말했듯 소금과 호수는 서로 붙어있어서는 안 되는 관계다. 호수는 소금을 녹여버려 형체가 사라져 없어져버리게 하기 때문에. 그 호수의 중심에 소금은 절대로 가까이 다가가서도 다가갈 수도 없다. 그저 멀리서 호수를 지켜보아야 할 뿐이다. 이름이 부여한 두 사람의 선은 영화 속에서 캐릭터들이 가져야할 공간의 영역으로 부각된다. 두 사람의 관계는 친구다. 하지만 소금은 동성인 호수에게 좋아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기에 소유하고 싶은 마음은 더욱더 커진다. 소금의 엄마는 소금을 낳고 이혼을 해서 절대 소금이 어린 나이에 결혼을 하지 않기를 바라며, 굿을 하려 한다. 굿에 필요한 재료는 소금의 팬티. 소금은 그 팬티를 없애기 위해서, 또 그것으로 돈을 벌 수 있기에 모르는 누군가에게 거래를 한다.                      


▲ '소금과 호수'  ©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스틸컷


이런 소금의 태도는 무언가 아이러니하다. 아직 성정체성의 확립이 되지 않은 시기의 소금은 이리저리 잘 흔들린다. 자신이 원하는 호수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 직접적인 표출을 하는 것이 아닌 바라보면서 계속 옆에 있기 위한 태도로서 이상한 거래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사실을 호수가 알게 되고 호수는 소금을 밀어낸다. 잘못된 마음의 표출로 하여금 둘의 사이는 멀어지고, 그 마음은 소금을 말라가게 한다. 이 작품은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필름X젠더 섹션으로 ‘성’에 주목한다. 아직 강인하고 단단하지 않아 이리저리 흔들리는 두 여고생을 통해서 보여주는 것이다. 자신처럼 어린나이에 결혼해서 아이를 낳을까봐 걱정인 소금의 엄마와 잘못된 방식으로 호수를 좋아하는 소금, 중년의 남자친구를 둔 호수. 세 사람 모두 사랑 앞에서 당당하지 못한 채 무력한 인물이다. 사랑이 끝나가는 과정 속에서 성숙해지는 이들의 모습은 사랑이 가져온 상처와 아픔은 허락되지 않는 세계 속의 한계를 통해서 나타난다. 소금과 호수는 결국 같이 있을 수 없기에.  




Director 조예슬   

Cast 손영주  


■ 상영기록

2021/08/29 14:30 메가박스 상암월드컵경기장 6관

2021/08/30 18:00 메가박스 상암월드컵경기장 5관



*씨네리와인드에서 작성된 기사입니다.



http://www.cine-rewind.com/sub_read.html?uid=5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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