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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하늘 Mar 25. 2022

<1989 베를린, 서울 now> (2021) 최우영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상영작] 파편의 역사들 속 지금

[씨네리와인드|이하늘 리뷰어] 역사는 지나간 과거와 앞으로 다가올 현재 모두를 포용한다. 닮은 점과 다른 점을 거울에 비춰보기도 하고, 애써 부정하고 외면하기도 한다. 일그러진 그 모습이 어쩌면 나와 다른 이름을 가진 이들과 비슷한 속도로, 파형으로 흘러감에도. 파도에 휩쓸려가고 남은 잔재들은 제작기 다른 방식으로 모래사장에 이름을 남긴다. 다른 언어로 쓰여 있어도 같은 뜻을 담고 있는 이름으로 그렇게.

Now, 지금의 거세게 휘몰아치는 파도의 중심에 대한민국, 서울이 갈 길을 잃은 채 망망대해를 바라보고 있다. 망망대해의 맞은편에는 같은 파도를 지나온 1989년의  베를린이 소리 없이 빛을 반사한 채 한국을 쳐다본다. 영화는 고요하고 잔잔한 파도처럼 그저 담담하게 빛을 내어준다. 소리 없이 침착하게 기록하고 포착하는 이 영화는 통일을 해야 한다, 말아야 한다의 갑론을박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그 시기를 건너온 3명의 독일 청년들의 시선을 마주한다. 1989년 11월 9일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그 당시 청년이었던 그들에게 준비하지 못한 통일이 눈앞에 다가왔다. 한국으로 넘어와서 살아간 피아니스트 안드레아스와 영화프로덕션 매니저인 마크, 삼성전자 엔지니어인 소냐는 그렇게 망망대해를 건너왔다. 독일은 1949년 동독과 서독이라는 정치적인 이념이 만들어낸 선으로 인해 갈라진다. 또한 서로 떨어져 지낸 시간만큼의 편견과 대립은 베를린장벽을 아주 굳건하고 높게 세우게 된다. 그 장벽을 허물기까지 몇십 번의 여름과 겨울이 지나갔고, 결국 1989년이 도래했다. 하지만 그들은 말한다. ‘과연 통일이 성공적이었냐고.’                     


▲ '1989 베를린, 서울 now' 스틸컷.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이때 한 독일 청년의 말을 빌린다. 소냐는 말한다. ‘통일 이후에 우리의 삶은 희열의 순간을 지나자 놀라움의 순간으로, 좌절의 순간으로 바뀌었다. 더 이상 보통의 삶을 살 수 없다. 평범한 일상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빛이 있다면 어둠은 자연스레 생기게 되는 존재이다. 미디어는 통일을 긍정적인 시선을 통해서만 다루지만 이 영화는 중립을 지키려고 노력한다. 한반도의 경우, 남북의 정상들이 3.8선을 넘은 역사적인 사건이 있었으나 그것은 그저 정치적인 사건에 불과하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질 수 있었던 것은 정치적인 시도가 아닌 감정의 불씨였다. 제도적인 절차나 규율이 그들의 장벽에 금을 만든 것이 아니라 그들의 눈물과 땀이 틈과 균열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낭만적인 이야기로 접근할 문제 또한 아니다. 영화는 이렇게 교차하는 시선들을 집약적으로 담아낸다. 오히려 감정에 휩쓸리지 않도록, 아주 침착하게 제자리에서 말한다. 한국과 독일의 유사성은, 선이 한민족을 둘로 나누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과 한국의 유대감에 대한 감정은 지금까지 떨어져 지냈던 몇 십년의 세월을 뛰어넘을 만큼 강력하지는 않다.                      


▲ '1989 베를린, 서울 now' 스틸컷.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독일 통일 아직 끝나지 않았잖아요? 그렇죠?’

'변화는 예측했지만, 방향성은 예측하지 못했어.’ 


단순히 국경을 개방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국경을 개방한 이후의 방향성은 나침반 없이 모르는 새로운 길을 가는 것과 같기에. 매력적인 포인트는 분단국가인 한국에 사는, 언젠가 과거의 분단국가였던 3명의 독일 청년들의 이야기를 듣는다는 것이다. 투영된 모습을 통해서 그저 의견을 제시할 뿐이다. 그렇기에 더 담담히 바라보자. 그 선을 그은 주체와 그 선을 지우려는 주체가 누구인지에 대해서.  



Director 최우영

Cast 안드레아스, 마크, 소냐



■ 상영기록

2021/09/11 13:30 메가박스 백석 1관

2021/09/14 13:30 메가박스 백석 8관  




*씨네리와인드에서 작성된 기사입니다.



http://www.cine-rewind.com/sub_read.html?uid=5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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