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엄마를 죽였어
나는 최근 병렬독서를 시작했다.
커뮤니티에서 책을 읽으면서 동시에 다른 사람들과 책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는 덕분에 다양한 소재와 장르의 책들을 만나고 있었다. 이 커뮤니티는 똑똑하게도 나름의 데드라인을 설정해 나의 여가시간을 모두 독서로 채울 수 있었다.
가장 최근에 읽었던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
굉장히 자극적인 제목의 책이었다.
프랑스 소설을 번역한 소설책으로 장편소설이라 표지에 적혀 있지만, 번역으로 나온 이 책은 정말 얇고 빨리 읽기 좋았다. 이해하기가 어려운 부분이 전혀 없었고, 사실 마음만 먹으면 2~3시간 안에 다 읽을 수 있을 정도의 분량이었다.
사실 처음에 이 독서모임에 참여하며 책을 접했을 땐, 그냥 그랬다. 최근 소설 속과 비슷한 사건도 많이 일어나서 '무섭지만 그래도 나는 현실을 살아가야 하는데 어떡하겠어, 나는 아니겠지.'라는 생각이 먼저 들어 그냥 내 마음 한 구석에 잘 보이지도 않게, 먼지 쌓이는 곳에 묻어두었던 생각들을 수면 위로 올려준 게 바로 이 책이었다.
� 그는 아내의 생사에 대한 권리가 자신에게 있다는 뿌리 깊은 확신을 품고, 그 확신에 이끌렸을 것이다. 그가 보여주었던 끈질긴 폭력이 그 증거였다. 그의 도피가 그 증거였다. 이런 상황에서도 그는 여전히 명령하고 요구했다.
사실 이 책은 정말 가부장적인 아빠가 엄마를 사람이 아닌 소유물로 받아들이면서 생기는 살해, 그리고 그 뒤에 남겨진 아이들과 아이들의 보호자인 할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다. 그런데, 나는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피해자인 아이들보다 이 '사건'을 다루는 경찰과 판사들,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 더 집중이 되었던 것 같다.
그러면서 의문이 생겼던 것 같다.
뉴스를 보면 나도 매번 가해자보다 피해자의 안위를 우선시해야 한다고 말을 하면서도 은연 중에 진짜 피해자를 위해 생각을 해본 적이 있었나?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말로만 이야기하고 진정으로 그들을 위해 응원해본 적이 있는가라는 생각을 해봤을 때는 사실 고개가 갸우뚱한 것 같다.
(지금 생각을 하고 있는 이 순간에도 말을 횡설수설 정리하지 못하고 있지만)
그래도 가해자보다는 피해자편이고 이야기할 수 있지만, 그 말을 드높여 말해본 적이 없는 방관자에 가까웠단 사실이 더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 세상은 우리를 그저 부수적 피해자로 여긴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니까 우리는 눈에 띄어서도, 목소리를 내어서도 안되는 피해자가 되어야 했다.
� 내가 확신하는 단 한 가지는 우리가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는 것이다. 그 상처의 깊이는 아직 가늠할 수 없다.
사실 소심하고 타인의 눈치를 매우 많이 살피는 나에겐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돈이 많은 사람 또는 권위있는 사람, 심지어는 나보다 나이가 있거나 소위 따뜻해보이지 않는 초면의 사람에게도 용기 있게 아니라고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서.
무언가 이야기를 하고 싶어 목끝까지 차오르지만, 실상 내뱉는 일은 너무나도 적어서. 내가 마음의 상처를 입어도 나조차도 그 상처를 돌이켜보지 못하고 조용히 있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서.
그리고 나는 그러한 나의 태도가 어쩌면 미디어가 지금 이 현상을 다루고 있는 태도가 아닐까 생각했다. 그리고 나는 그것을 알면서도 아무런 생각 없이 그대로 그냥 받아들이고 있다는 사실도.
사실 나는 알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를 살면서 경험할 수 있는 수많은 것들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바로 계급에 의한 차별이라는 사실을. 그리고 그건 누가 보아도 부자와 서민의 관계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이 소설과 같이 가부장, 작지만 사람들이 생활을 영위해나갈 수 있는 돈, 그것에서부터 시작될 수도 있고, 때로는 애정의 크기에서조차 계급은 발생한다.
그리고, 기브앤테이크 어떻게 보면 가장 깔끔한 계산이기도 하지만, 가장 잔인한 계산이기도 하다.
내가 살아온 시간이 길진 않아도 나조차도 차별을 당하면서도 차별을 하는데, 내가 어찌 타인에게 무어라 첨언을 할 수 있는 존재가 되겠는가. 그렇지만, 적어도 나는 바뀔 수 있지 않을까. 내가 불편하다고 느꼈던 부분들을 바꾸려고 노력을 하다보면 조금씩 그런 생각과 행동들이 쌓이기 시작하면 언젠가는 모두가 이런 부분에 대해서 같이 허심탄회하게 논의하고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이 찾아오길 바라며, 이 책을 추천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