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로서 나는 무엇을 놓쳤고, 무엇을 배웠을까?
2024년 12월, 우리는 예상치 못한 겨울을 맞이했다. 비용 절감을 이유로 동료들이 하나둘 회사를 떠났고, 나도 그중 한 명이었다. 우리 회사는 B2B2C 프로덕트이기 때문에 연 선납으로 결제 한 고객들은 계약 기간동안 솔루션을 사용할 수는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운영 인력이 없이 돌아가고 있는 상태다.
이 회사는 내게 실력있는 동료들과 서로 존중하며 일하는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알려준 곳이라 레이오프 소식을 들었을 때 아쉬운 마음이 컸다. 조금만 더 견디면 굵직한 고객사들을 끌어올 수 있을 것 같다는 좋은 예감도 있었는데, 성공 가도의 한 발자국 전에 추락한 것 같아서 속상한 마음도 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커리어는 끊길 수 없으니 1월부터는 적극적으로 새로운 회사들도 알아보고, 이직에 적극적으로 임했다. 이직 과정에 여러 회사를 만나며 '왜 이전 회사가 망했다고 생각하세요?'라는 질문을 정말 많이 받았다. 처음 이 질문을 받았을때는 상당히 난감했다. 왜냐하면 그저 우리가 매출이 잘 나오지않았고, PMF를 찾지 못했던 것이 원인이라고 대략적으로만 생각했기 때문이다.
다수의 인터뷰를 통해 회사가 망한 이유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생각해보게 되었고, 조금 정리된 내 의견을 기록해보려고 한다. (모든 부분을 구체적으로 기재하면 회사를 특정할 수 있기 때문에 대략적으로 적고자한다.)
우리는 고객이 쇼핑 과정에서 겪는 고민을 줄이고, 구매 전환율을 높이고자 했다. 하지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AI팀, 프로덕트팀, R&D팀이 필요했다. 너무 복잡한 방식으로 접근한 탓에, 해결 비용이 문제 자체보다 더 커져버렸다.
결국, 우리는 ‘문제를 해결할 방법’보다 ‘우리가 가진 기술을 어디에 팔 수 있을까’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런 접근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었다.
또한, 고객사의 MAU가 클수록 서비스 호출량이 많아졌고, 그만큼 인프라 비용도 증가했다. 즉, 고객사가 많아질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였다. 비용을 줄이는 방식이 아니라, 쓰면 쓸수록 더 많은 비용이 드는 모델이었던 것이다.
비즈니스에서 중요한 것은 비즈니스 모델을 지속적으로 최적화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매번 비슷한 기준으로, 객관적인 데이터 없이 과금 금액을 결정했다.
특히, 우리는 고객사의 MAU가 클수록 솔루션 사용 횟수가 증가하는 구조였다. 따라서 고객사의 규모에 따라 요금을 부과했는데, 이 방식은 문제가 많았다.
1. 솔루션의 효과에 따라 요금을 책정한 것이 아니라, 고객사가 크면 더 많이 받는 구조
2. 가격 책정이 고객사 MAU에 의존하게 되면서, 우리가 과금을 올리고 싶다고 해서 올릴 수 없는 구조
3. 그렇다면 적어도 MAU를 정확히 트래킹하고, 그에 따른 요금 체계를 명확하게 만들어야 했지만, 체계적인 대응은 안함
결국, 우리의 수익 모델은 처음부터 불안정했고, 마지막까지 개선되지 못했다.
이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돈이 되지 않는 방식이라면, 과감히 버리고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했다. 하지만 우리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기존의 방식을 유지하려고만 했다.
런웨이가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해 걱정을 이야기했을 때, “그런 걱정은 네가 할 레벨이 아니다”라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결국, 그 걱정이 현실이 되었다.
우리는 이미 투자한 방식이 있었기에, 완전히 새로운 시도를 하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이전의 성공이 아니라, 생존 가능한 모델을 만드는 것이었다.
PO로서 가장 아쉬운 점을 꼽자면, 도전을 망설였다는 것이다.
런웨이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PMF를 찾기 위한 시도를 더 강하게 주장하지 못했다. 물론 내 의견을 내긴 했지만, 너무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해서 제대로 어필되지 않았다.
때때로 의사결정이나 방향성을 정할 때, 나 스스로도 확신이 서지 않는 순간이 있었다. 그리고 그 불확실성이, 나를 한 발짝 물러서게 했다. 더 적극적으로 의견을 밀어붙였다면, 결과가 달라졌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분명한 건 한 가지다. 다음 기회가 온다면, 더 단단한 목소리로 나의 의견을 전달할 것이다.
이제는 단순히 좋은 서비스를 만드는 것을 넘어, 비즈니스적 관점에서 더 날카롭게 사고할 것이다.
다음 회사에서는 다음 다섯 가지 질문을 반드시 염두에 두려고 한다.
1️⃣ 우리가 해결하려는 문제는 무엇인가?
2️⃣ 이 문제를 해결하면, 우리는 얼마를 벌 수 있는가?
3️⃣ 현재의 방식은 비용 대비 효율적인가?
4️⃣ 새로운 가능성을 실험할 여지는 있는가?
5️⃣ 무엇보다, 우리는 문제를 정말 제대로 해결하고 있는가?
이제는 더 이상 불확실성에 주저하지 않고, 문제를 깊이 들여다보고 해결하는 PO가 될 것이다.
제목과는 달리, 서비스는 여전히 돌아가고 있다. 운영 인력은 사라졌지만, 우리가 만든 솔루션을 필요로 하는 고객들은 남아 있다. 더 큰 기회를 약속한 고객들이 있기에, 이 서비스는 아직 완전히 닫히지 않았다.
나는 인건비 절감 차원에서 레이오프 되었지만, 내가 몸담았던 이 서비스가 해결하려 했던 문제에 대한 공감은 여전히 남아 있다.
우리가 풀고자 했던 문제는 사라지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여전히, 이 서비스가 계속 발전해서 더 많은 곳에서 편리하게 사용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