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이직을 경험하고 조직문화의 중요성을 깨달은 PM의 이야기
새로운 프로덕트를 만나볼 생각에 설레는 마음과 함께 조직에 빨리 적응해서 성과를 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할까 두려운 마음도 한켠에 두고 출근했습니다. 결론적으로는 3월 중순에 입사해서 4월 말에 오프 보딩으로 퇴사하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A 스타트업을 짧은 시간 경험하며 이직 시 제게 있어서 조직문화가 너무너무 중요한 것이라는 걸 경험했기에 관련해서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A스타트업은 기존 회사보다 규모도 크고, 돈도 잘 벌고 있는 곳이라 성장하는 회사 속에 있으면, 나도 성장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기에 선택했습니다. 면접과정에서 우여곡절과 걱정되는 지점이 있긴 했지만, 이번 이직 시에는 중요하게 생각한 포인트가 '성장'과 '의미'였기 때문에 일단 출근해서 집적 경험 후 판단하는 것으로 결정했습니다.
이직 시 기준으로 기준으로 삼는 포인트는 총 6가지가 있는데, 이 중 '성장'과 '일의 의미'를 뽑은 이유는 회사의 매출 성장에 강력하게 기여하는 경험을 해보고 싶었고, 제가 하는 일을 통해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가는 데에 도움이 되고 있다는 성취감을 얻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조직에 들어가 보니 매출 성장에 PM으로서 기여할 수 있는 포인트가 없었습니다. 면접에서는 현재 매출이 급진적으로 성장하고 있고, 높은 매출 성장 목표를 공유했지만 실제 내부에서는 성장이 정체되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당장 이번 달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해 프로덕트 조직도 직접 아웃바운드 영업을 나가라는 지시가 급격하게 떨어지는 식으로 의사결정이 내려왔습니다.
'일의 의미' 측면에서도 A스타트업에서 일하면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자금을 부어주는 기반을 마련하고, 결국에는 회사가 성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그래서 기업이 성장했는지, 매출 성장을 위해서 우리가 재무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 포인트를 발굴하고 돕는 식의 관점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어떻게 해서든 기업의 카드 사용액을 끌어와서 독점하고 카드를 많이 사용하도록 유도하는 영업 대상으로만 볼 수밖에 없도록 실적 압박이 강력하게 내려왔습니다.
마지막으로, 계속해서 내 쓸모를 투쟁해서 입증해야 하는 협업 방식이 너무 소모적으로 느껴졌습니다. 내 쓸모를 찾아 일을 제안해도 지금 당장 수익화에 도움이 안 되는 일이라고 판단하면, 진행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되었습니다. 낮은 우선순위의 일들도 대표의 컨펌을 받아야 하고, 대표를 이해시키기 위해 일의 근거를 만들고, 욕먹을 각오(?)를 해야 하는 소통 방식이 너무 부담스러웠습니다. 결국 '성장'과 '의미' 둘 다 성취할 수 없는 조직인 것 같아서 온보딩이 끝나기도 전에 퇴사를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A스타트업을 경험하기 전까지는 조직문화라는 것이 그저 협업하는 분위기 정도로만 가볍게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정반대의 조직을 경험해 보니 조직문화란 '어떤 방식으로 우리가 일할 것인지' 암묵적인 협업 방식이라는 걸 경험으로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번에 경험한 조직은 강력한 탑다운 문화에 반대 의견은 강하고 솔직하게 의견을 표명해야만 겨우 수용될 수 있었습니다. 또한 빠른 속도로 결과를 내야 했기에, 충분히 고민할 시간조차 허락되지 않았습니다.
저라는 사람은 느리지만 충분히 생각해야 결론을 내릴 수 있는데, 탑다운이면서 저돌적으로 소통해야 하는 환경은 굉장히 도전적인 환경이었던 것 같습니다. 더불어 PM으로서 뭔가를 말해야 한다는 압박감으로 생각 정리도 못하고 말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다 보니, 정제되지 않은 말들을 내놓아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되었습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다음 이직에서는, 조직문화가 나와 맞는지를 더욱 면밀히 확인해야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내가 원하는 온도로 말해도 그 말들을 수용해 줄 수 있는 곳으로 가야 조직원 그리고 임원들과 소통한다는 감각을 갖고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조직문화가 다르면 내 커뮤니케이션 스타일도 바뀌어야 하는데, 이건 DNA를 바꾸는 급의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강점을 살리며 일할 수 있는 방향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다음 조직에서는 조직 문화가 잘 맞는 곳으로 가야 하는데, 이를 위해 면접 과정에서 어떤 질문을 하고 관찰할지 저만의 기준을 세워나가는 여정을 보여드리겠습니다-!